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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국민연금 납부예외자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1 17:14

수정 2018.10.11 17:14

꽤 오래전 회사를 그만두고 몇 달 논 적이 있다. 그러자 국민연금 보험료가 큰 짐이었다. 소득이 없는데 돈을 내는 게 어디 쉬운가. 그랬더니 국민연금공단에서 납부예외를 신청하라고 안내가 왔다. 돈을 못 벌 땐 억지로 보험료를 안 내도 된다는 설명이었다. 직장을 다시 잡을 때까지 서너달 보험료 납부를 건너뛴 기억이 난다.

이런 납부예외는 적을수록 좋다.
그래야 '국민' 연금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직장이 아닌 지역가입자 가운데 보험료를 못 내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11일 공개된 국민연금공단 국감자료를 보면 지역가입자 740만명(8월 말 기준) 가운데 납부예외자가 353만명에 이른다. 지역가입자 둘 중 하나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특히 27~34세 청년층이 심각하다. 이 연령대에 속한 지역가입자는 113만명이다. 이 중 84만명이 보험료를 못 낸다. 무려 75%다. 이유는 실직이 압도적으로 많다.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8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국민연금이 바닥을 드러내는 시기가 당초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앞당겨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고갈 시기를 늦추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옳은 말이다.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이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평생 월 100만원을 번 사람이 현재 연금으로 월 17만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용돈연금, 쥐꼬리연금이란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이 비율을 높여야 노후를 품위 있게 즐길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한다. 보험료를 더 내면 된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겐 이런 개혁 논의조차 사치스럽다. 보험료를 내고 싶어도 낼 돈이 없기 때문이다. 실직한 납부예외자들의 눈에 국민연금 개혁은 가진 자들의 잔치다. 이러다 공적연금의 분배 기능은커녕 연금에서도 소득 양극화가 나타날 판이다.

결국은 일자리다.
일자리가 있어야 돈을 벌고, 돈을 벌어야 제때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다. 지역가입자 가운데 절반이 제도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보험료·소득대체율 올리는 개혁보다 지역가입자 납부예외에 대한 실태조사가 더 급하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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