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정훈식 칼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제언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1 17:13

수정 2018.10.25 09:03

[정훈식 칼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제언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정과 관련해 두 개의 '아픈 지점'이 있다. 익히 알다시피 하나는 고용참사다. 또 하나는 부동산정책 실패다.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평가는 설문조사에 반영됐다. 한국갤럽의 대통령 국정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64%로 다시 올랐다. 그런데 부동산정책 평가는 곤두박질친다.
잘못하고 있다(55%)가 잘하고 있다(23%)보다 곱절 넘게 높다. 국정 지지율(64%)에 견주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아픈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대북문제와 안보, 복지확대에서 딴 점수를 고용과 부동산이 까먹는다.

부동산정책이 문재인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은 정책 헛발질이 정부 신뢰도 저하로 연결돼서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실책으로 집값상승(29%), 지역 간 양극화 심화(10%), 오락가락함(9%), 효과 없음·근본대책 아님(7%) 등이 꼽혔다.

규제폭탄으로 주택시장이 멈칫한다. 그래도 반길 수는 없다. 시장에선 앞으로도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9·13대책 발표 직후 전문가 102명에게 물어보니 46%가 1년 뒤에 서울 집값이 지금보다 오를 것으로 점쳤다. 내린다(27.5%)는 응답보다 훨씬 높다. 지금과 같은 정책기조로는 집값을 잡기 힘들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재인정부에 제안한다. 현재의 집값불안이 수급불안정에 있는 만큼 부동산정책의 무게중심을 수급안정에 싣기 바란다. 수급문제를 풀려면 주거안정과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두 갈래로 정책을 펴야 한다. 주거안정대책은 서민을 위한 중저가 분양주택 및 임대주택 재고율을 높이는 것이다. 수도권 공공개발과 도심 유휴지 개발로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택시장 안정은 '수요있는 곳에 공급있다'라는 시장원리를 따라야 한다.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 공급해야 집값이 안정된다. 그 처방은 강남권 등 노른자위에 있는 30∼40년 된 낡은 아파트단지의 재건축과 도심재정비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용적률과 건폐율 규제도 확 풀어야 한다. 현재 10∼20층인 아파트를 40∼50층으로 올리면 공급을 늘릴 수 있다. 단지 여건에 따라서는 여러개 단지를 하나로 묶어서 주거와 상업·업무·문화시설을 갖춘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방법도 있다. 복합단지로 재개발을 통해 주택수급 및 기반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서 연간 300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가 좋은 본보기다.

수도권은 기존 신도시의 재정비로 주택시장 안정과 주거안정을 함께 이룰 수 있다. 이미 기반시설과 거주편의가 잘 갖춰진 1·2기 신도시를 고밀 복합개발로 재정비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1990년대 초·중반에 개발된 분당, 일산 등 5곳의 1기 신도시는 오는 2020년이면 30년이 되는 만큼 재정비가 필요하다.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은 180% 안팎이다. 이를 300%, 500% 정도로 풀면 주택물량은 그만큼 늘어난다. 1기 신도시는 주택이 45만가구다.
용적률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수준으로 높이면 정부가 계획한 20만~30만가구의 주택을 더 지을 수 있다. 계획도시인 만큼 3기 신도시나 공공택지 추가 개발에 따른 천문학적 부지매입비 및 기반시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개발이익은 서민이나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나 기반시설로 환수하면 투기도 막을 수 있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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