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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성장률 3%를 넘기려면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1 17:13

수정 2018.10.11 17:13

[여의나루] 성장률 3%를 넘기려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수정해 2.8%와 2.6%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4월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낮춘 수치이다. 이에 앞서서 경제전망 분야의 또 하나 권위 있는 국제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 국제기구들은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해 일부 신흥공업국으로부터의 자본유출 우려를 들고 있다니 우리의 내부 문제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치부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러한 국제기구의 전망치는 우리 정부나 한국은행의 예상치인 2.9%보다 낮은 수준인데 아마도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국제기구의 전망치보다 더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2010년대 이후 우리나라 경제성장 추이를 살펴보는 전문가들이나 정책당국자들은 경제성장률 3% 수준을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간주해온 것 같다. 그래서 3%를 넘어서면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로 치부하고 그 선 아래로 떨어지면 성장을 부추기기 위한 정책 추진 필요성을 제기하곤 해온 것 같다.
현 정부도 지금 그런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만, 이전 정부들도 그런 압력을 받으면서 경제성장률 3% 수준을 넘기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은행에 금리인하 압력을 가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부동산 경기를 부추기려 하다가 역풍을 맞기도 한 바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의문을 제기해야 할 점은 과연 3% 수준이라는 것이 참으로 우리 경제가 달성해야 하는 경제성장률의 적정치인가 혹은 경제 전문가들이 말하는 잠재성장률 수준인가 하는 점이다. 기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추이가 지속적으로 낮아져 왔으니 그런 판단을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모두들 느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으므로 3% 수준의 경제성장률은 우리가 감내해야 할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임이 분명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 전후를 보이다가 최근 4%대의 호황을 보인 점을 생각한다면 3%에 만족하고 있는 것도 곤란한 것 같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주요인으로서 설비투자가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사실이 지적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반대로 투자의 빠른 증가를 유도한 미국이 4%대의 성장률을 달성했던 점과도 대비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2010년대 이후 우리 기업들은 국내투자는 꺼리는 반면 해외투자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 결과 한때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한 요인으로 여겨질 정도로 크게 늘었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정체되는 사이에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FDI보다 2~3배 높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왔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국내투자가 극도로 부진한 가운데 일어나는 현상이라 걱정스러운 것이다. 우리 기업이든 외국인 기업이든 우리 국내에 투자를 늘려주어야 경제성장에도 기여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국내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경제성장을 걱정하는 정책당국자들이나 전문가들의 정책적 시각이 단기적인 경기부양 수단에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곤란하다.
기업들의 투자진작이야말로 단기적인 경기부양 역할도 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산업들의 궁극적인 경쟁력 향상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중장기적으로 3%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시각이 우리 정부에서 사라져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김도훈 경희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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