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만화계도 ‘미투’… 문하생 성추행 혐의 유명 웹툰작가 檢 송치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1 17:09

수정 2018.10.11 17:15

“그림 가르쳐 준다며 추행” 경찰, 기소의견 검찰 송치
친고죄 폐지전 피해여성은 공소권 없음 불기소 의견
작가 “사실무근” 결백 주장
만화계도 ‘미투’… 문하생 성추행 혐의 유명 웹툰작가 檢 송치

유명 만화가가 자신의 문하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11일 경찰·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문하생 A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만화가 K씨를 지난 7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만화계에서 제기된 미투(MeToo) 운동이 실제 형사소송으로 이어지면서 그 결말이 어찌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속적 성추행 피해 호소… 고소까지

지난 3월 과거 K씨의 문하생으로 활동하던 한 여성은 자신과 함께 문하생으로 일하던 A씨, B씨가 K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K씨는 다수의 히트작품을 보유한 웹툰 1세대 작가로 만화계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글을 올린 이 여성은 K작가가 평소 수시로 문하생들의 몸매를 평가하고 만졌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문하생 B씨가 어느 날부터 K작가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 이를 이상하게 여긴 주변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몇 달이 지난 뒤 B씨는 K작가로부터 심각한 성추행을 털어놨다고 이 여성은 전했다. K씨가 작업실에서 자신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으나 말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피해를 입은 것은 B씨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문하생인 A씨도 성추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림을 가르쳐준다는 것을 빌미 삼아 몹쓸 짓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K작가는 지난 3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K씨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A씨와 B씨는 서울해바라기센터의 도움을 받아 올해 4월 경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결백 입증을 위해 노력"

사건을 접수한 마포경찰서는 지난 7월 문하생 A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K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문하생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친고죄가 폐지된 시점 이전에 벌어진 일이기에 '공소권 없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수사를 마무리짓는대로 해당 사건을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중이지만 (어느 정도) 조사는 됐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고 한다"며 "친고죄 폐지 이전의 범죄사실도 있어 공소권이 없는 부분도 있고 혐의가 없는 부분도 있는 반면 일부는 기소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K작가는 여전히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나는 문하생을 추행한 적이 없고 내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며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와 B씨의 변호를 맡은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서혜진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의 하나로 규정했다.

서 변호사는 "가해자는 만화계 내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자신에게 만화를 배우고 싶었던 피해자들을 추행한 사건으로, 피해자들이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어렵게 신고했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추행이 여러 차례 있었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화계의 도제식 교육에서 벌어진 일로, 만화계 피해자가 고소했다는 소문이 나돌면 만화계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당장 신고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면서 "(성범죄) 피해자임에도 피해자와 관련된 이상한 소문만 조성되는 것은 만화계, 문화예술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벌어지는 현상 같아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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