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양승태 억울하다고 생각..한국 대법원은 항상 그래왔다"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0 15:04

수정 2018.10.10 15:04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자간담회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법농단'으로 불거진 사법부의 위기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개인의 잘못이 아닌 오랜 세월 이어진 '대법원의 폐습'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대적인 사법개혁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2·사법연수원 13기)는 10일 오전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간담회를 열어 "많은 사람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의 일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걸 보면서 큰 충격을 받고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저는 역설적으로 양 전 대법원장은 참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며 "양 전 대법원장이 그런 게 아니라 한국의 대법원은 항상 그렇게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이 비로소 드러나니까 양 전 대법원장이 비난의 중심에 있고, 아마 사법처리도 될 것으로 보인다"며 "양 전 대법원장 입장에서 보면 '과거에 해왔던 것처럼 해왔을 뿐인데,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느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 사법부가 철저하게 조직 이기주의로 작동해 상고법원제를 마련하고, 평생법관제를 실현하는 등 노심초사하면서 조직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다"며 "촛불시위 혁명을 거치고 난 후 국민들의 시각으로 보니 '이런식으로 재판이 거래되는건가' 하고 충격을 받았지만, 옛날부터 있어온 일이다. 제도개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후 김명수 대법원장이 내놓은 법원 개혁방안에 대해서도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국민들은 '법원행정처의 폐지'와 같은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오직 공정한 재판이 실현되길 바랄 뿐이다"며 "그렇게 해야만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심각한 불신이 극복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 이하 한국의 법관들은 우리 앞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바라보라"며 "촛불시민혁명을 거치고 나서 우린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사법부는 낡은 기득권 수호의 헛된 희망에 사로잡혀 새로운 세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을 무시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법개혁의 방안에 대해 △국민참여재판(배심제) 안착 △법관 징계제도 활성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또 "법원이 '재판의 독립'을 과도하게 주장하면 법원의 관료적 독재화, 나아가 법관의 부패로 직결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법의 독립이나 재판의 독립은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라며 "사법의 독립과 함께 사법의 책임을 공정한 재판 실현의 양대축으로 들고 있는 것이 세계법학계의 조류이지만, 우리나라 사법부와 법관들은 끊임없이 재판의 독립만을 주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는 점에 대해서도 "법관의 자의에 기초한 것으로서 불순한 조직이기주의 실현의 한 양태로 판단된다면 해당 법관에 대한 직무배제, 징계 등의 법적 책임까지 고려한다"며 "'사법의 독립'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세우기 위해 영장 기각 문제에 대한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신 교수는 올해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다가 탈락한 점에 대해서도 대법원 차원의 압력이 있었다는 취지로 의혹을 제시했다.


그는 "열흘 전 친한 친구인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과 등산을 하던 중 '너희가 보기에 김선수(대법관)가 대법관이 되어도 내가 대법관이 되는 것은 봐줄 수 없었지?'라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며 "그 만큼 기존 사법조직과 기득권세력이 저에 대해 갖고있는 불만 같은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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