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이명박, 역효과 불러온 법정서 '측근 탓', 2심서 말 아낄까?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0 14:17

수정 2018.10.10 14:17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측근들의 입에서 시작돼 입으로 끝난 재판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판에서 수시로 '셀프 변론'에 나섰지만 자신을 제외한 일부 측근들의 진술을 거짓으로 모는 것은 무리였다. 그 결과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 82억여원의 추징금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항소 기한은 오는 12일까지다. 이 전 대통령은 수감 중인 서울동부구치소에서 1심 판결을 전해듣고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오는 11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이 1심 무죄 부분에 대해 항소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항소를 포기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는 검찰의 항소 부분에 대해서만 다투게 된다.


■받아들여지지 않은 '측근 탓'..역효과
이 전 대통령이 1심 판결에 큰 충격을 받은 이유는 중형이 선고된 점 외에도 자신의 법정 진술이 전혀 받아지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1심 재판장인 정계선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객관적인 물증과 신빙성 있는 관련자들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범행 대부분이 상당히 오래 전에 발생했다는 점에 기대어 이를 모두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잘못을 끝까지 부인한 태도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했다는 취지의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어 "피고인의 지시를 받고 일했던 친인척과 측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고, 자신은 개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엄정한 처벌은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증언한 측근들에 대해 그들과의 개인사까지 끄집어내면서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 애썼다. 변호인을 거치지 않은 피고인의 진술은 오히려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위험이 크지만 개의치 않았다. 법정에서 직접 핵심 진술인이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김경준 전 BBK 대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의 진술은 거짓이라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2심서 법정 발언은 자제할 듯
이 전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재판부는 유죄 판결의 근거를 측근들의 진술에서 찾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전 기획관이 '경도인지장애' 증상을 보여 기억에 기초한 진술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건강상태가 기억에 의한 진술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스 실소유 및 삼성의 소송비 대납 등 혐의를 뒷받침하는 진술로 봤다.

결국 "나를 궁지에 몰기 위한 진술"이라는 이 전 대통령의 법정 발언 자체가 거짓 진술이라는 게 1심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들의 진술에 대해 '굳이 허위 진술을 할 동기가 없어 보인다'고 판시했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다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참고인 진술 조서 등을 증거로 사용한 전략은 족쇄로 작용했다.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16가지 공소사실 가운데 유죄로 인정된 △다스 비자금 조성 △다스 법인카드 사용 △삼성 뇌물 △국정원 자금 국고손실 △이팔성·김소남 뇌물 수수 등 7가지 혐의는 측근들의 자백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다면 다시 측근들의 진술을 배척해 달라는 변론을 펼칠 수 밖에 없다.

다만 1심 때처럼 이 전 대통령은 '직접 변론'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발언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은 한 차례 경험한 이상 항소심에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할 전망이다.
1심 선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을 비춰보면 박 전 대통령의 재판과 같이 피고인이 없는 궐석 상태에서 재판이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