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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세계 성장률 하향] "트럼프 정책이 글로벌 경제 위협"… IMF, 美에 강한 경고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9 17:25

수정 2018.10.09 20:44

美에 무역전쟁·감세·車 관세 멈추고 재정 건전화 촉구
올해·내년 성장률 전망치 낮췄지만 경기호조 지속 예상
[IMF 세계 성장률 하향] "트럼프 정책이 글로벌 경제 위협"… IMF, 美에 강한 경고

[IMF 세계 성장률 하향] "트럼프 정책이 글로벌 경제 위협"… IMF, 美에 강한 경고

국제통화기금(IMF)이 2년여 만에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하향 폭은 0.2%포인트로 그리 크지 않지만 전 세계, 특히 미국에 보내는 경고음은 이례적으로 강했다. IMF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중국과의 무역전쟁과 지속 불가능한 감세정책을 멈추고, 자동차부문에 대한 관세부과 계획을 철회하는 한편 국가재정 건전화에 집중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美에 이례적 강한 경고

IMF는 9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각국 성장세가 지속 불가능한 정책으로 떠받쳐지고 있고, 국제공조가 국수주의적 정책으로 침해받고 있어 세계 경제에 리스크가 쌓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지난해에 경제 모멘텀을 이끌었던 긍정적 요소들이 약해지고 있고 "금융상황이 갑자기 그리고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는 환경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공공·민간 부채부담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금융취약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 경제성장이 장기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압박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리스크에 맞서기 위한 국제공조는 소득불평등 심화와 포퓰리스트 정부 부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IMF는 지적했다.

모리스 옵스펠드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여러 지역에서 지정학적 긴장도 커지고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좋은 뉴스보다는 나쁜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IMF는 특히 미국을 이례적으로 강경한 어조로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와 감세정책 등 "친사이클적 경기부양이 글로벌 불균형 확대에 기여하고 있고,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리스크를 높이고 있어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IMF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자동차 부문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의 장기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세계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될 경우 글로벌 생산량은 2020년께 0.8% 이상 감소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평균 수준을 0.4%가량 밑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IMF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정책이 "지속 불가능하다"며 그 대신 공공부채를 줄이는 데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지역별 온도차…신흥국 하향폭 커

이런 암울한 경고는 이날 IMF가 내놓은 세계 경제성장 전망과 대조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IMF는 이날 보고서에서 무역갈등,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등을 언급하며 올해와 내년 세계 성장률을 각각 7월(3.9%)보다 0.2%포인트 낮은 3.7%로 전망했다. 성장률 전망치는 낮췄지만 전반적 경기호조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2016년 중반부터 시작된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2018∼2019년 성장률도 2010∼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은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과 감세정책에 힘입어 "올해 성장세가 드물게 강하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2.9%)을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중국과의 관세전쟁 영향을 반영해 내년 성장전망은 0.2%포인트 낮춘 2.5%로 제시했다.

미국과 무역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 역시 올해 성장전망치는 6.6%로 유지됐다. 내년 전망치는 6.4%에서 6.2%로 0.2%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과 일부 신흥국의 경제전망은 모두 하향됐다. 유로존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예상보다 부진한 성장세에 올해 전망치가 종전 2.2%에서 2%로 내려앉았다.

신흥시장에서는 유가 상승 덕에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산유국들의 전망치가 상향됐다. 반면 달러강세에 따른 환율위기로 몸살을 겪은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은 큰 폭의 하향 조정을 겪었다. 지난해 7.4% 성장한 터키는 올해 3.5%, 내년에 0.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종전 전망치는 4.2%, 4%였다. IMF는 "터키가 직면한 도전들은 통화, 재정, 준재정, 금융 부문 등 포괄적인 정책 패키지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2.6%, 내년에 1.6% 성장으로 경기침체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IMF는 개별국가에 국가별 경기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재정여력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상품·노동시장의 구조개혁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자정책으로는 규칙에 기반한 다자무역시스템 수립, 금융 규제개혁의 공조, 사이버안보 강화 등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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