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트럼프 對中관세는 협상 아닌 정책 패러다임 전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8 17:04

수정 2018.10.08 21:09

WSJ "미국 기업에 해되는 中 경제구조 바꾸는데 초점..관세 압박 수년간 갈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관세압박은 협상전략이 아닌 미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말 미 행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런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한국·유럽 등에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도구로 관세를 활용했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중 관세는 앞으로 적어도 수년 동안 중국을 옥죌 것으로 예상됐다.

■받아들이기 힘든 트럼프 요구들

보호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관세를 들이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관철시켰고, 유럽연합(EU)에도 철강관세와 자동차 관세 으름장으로 협상 분위기를 조성했다. 멕시코, 캐나다도 자동차 관세 앞에 무릎을 꿇고 트럼프가 새로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라고 부르는 미·멕시코·캐나다 FTA인 USMCA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관세가 단순히 협상 도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동력이 되고 있다.

트럼프 통상팀은 보조금으로 뒷배가 든든한 중국 국영기업들에 미 기업들이 잡아 먹히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며,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관세가 동원될 필요가 있다고 믿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관세로 인해 기업들이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게 불리해지면 결국 외국 기업들의 중국 탈출을 자극할 것으로 트럼프 통상팀은 분석하고 있다. 이는 결코 단기적인 전략이 아닌 경제 질서를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우리가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확인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협상파가 흐름을 주도했다. 중국이 미국 제품을 더 많이 사도록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불평했던 3750억달러에 이르는 대중 무역적자를 시정할 수 있다는 것이 협상파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협상 판을 뒤엎고 강경파인 라이트하이저에 힘을 실어주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라이트하이저는 대통령의 지지를 발판으로 중국에 경제구조를 바꾸라는 압력을 넣고 있고,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무역정책에서 단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민영화를 통해 국영기업 비중을 줄이고, 미 기술업체들의 기술 공개 압력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는 중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어서 무역전쟁은 장기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7월 장 샹천 세계무역기구(WTO) 중국 대표는 중국이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라면서 "중국이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는 생각은 희망에 찬 생각일 뿐"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관세 충격, 중국에 직격탄

미국과 중국간 통상갈등은 11월 30일~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대폭적인 양보를 하지 않으면 정상회동에서도 타협은 이뤄지기 어렵고 그렇게 되면 관세는 강화된다.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인 마이런 브릴리언트는 2차 관세 조처인 2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지금의 10%에서 25%로 강화되고, 추가로 2670억달러어치 중국산에 관세가 매겨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관세는 미국보다는 중국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JP모간의 제시 에저튼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관세에 다른 비용상승이 미국이나 중국 경제 전체 규모로 보면 큰 충격은 없다고 분석했다. 5000억달러 중국산에 대한 25% 관세에 따른 비용증가 규모는 1250억달러로 중국 수출업체, 미 수입업체, 소비자들이 나눠 부담한다.

그러나 이는 20조달러 규모의 미 경제에 별다른 영향이 없어 내년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포인트 떨어뜨리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경제에는 충격이 조금 더 커 0.3%포인트 성장률 저하를 부를 것으로 전망됐다.

애저튼은 중국 당국이 국내 경기부양과 위안 평가절하를 통해 성장률 하락을 만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미국보다 더 심각한 가시적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미국도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겠지만 중국은 세계 공급망 중심지라는 위상이 흔들리게 된다.

조짐들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IBM은 8월 워싱턴을 방문한 중국 상무부 부부장에게 앞으로 수개월 안에 통상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더 이상 중국에서 생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에 잔류하는 업체들은 중국 내수시장과 함께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수출시장만을 염두에 둬야 한다.


UBS의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 왕 타오는 중국의 경우 잠재적인 투자 위축이 "무역전쟁의 가장 심각한 충격"이라면서 이는 또한 미 백악관이 계산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