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블록人터뷰] "韓, 암호화폐를 디지털자산으로 인정하면 글로벌 금융허브 가능”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3 14:19

수정 2018.10.03 22:06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대표 '대정부 제언2' 낼 것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미국, 싱가포르처럼 증권형 토큰 기반으로 ICO와 거래소 제도화 해야"
“블록체인 기술로 신뢰를 확보한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면, 글로벌 금융 허브로 퀀텀점프(대약진) 할 수 있다. 기존의 금융 중심지였던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는 이미 전통자산을 담보로 한 디지털 자산처럼 적정한 가치로 산정할 수 있는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을 제도화하고 있다. 한국도 이 거대한 변화의 길에 들어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대표가 1일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박범준 기자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대표가 1일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박범준 기자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사진)가 ‘증권형 토큰’ 제도화를 공식 제안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모든 형태의 암호화폐공개(ICO) 전면금지’를 엄포한 후, 국회와 관련 업계는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한 ICO 허용과 암호화폐 거래소 제도권 편입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하지만 ‘어떻게(HOW)’라는 구체적 대안이나 방안 제시는 미미했던 까닭에 표 대표가 최근 내놓은 ‘디지털 자산발(發) 대한민국 혁신성장을 위한 대정부 제언 (1)’이 관련 업계는 물론 국회와 정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가치 산정할 수 있는 증권형 토큰으로 시장 건전화
표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테헤란로 체인파트너스 본사에서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인터뷰를 통해 ‘대정부 제언 (2)’에 담길 예정인 ‘증권형 토큰-ICO-거래소 제도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증권형 토큰은 정부가 정책 목표로 제시한 ‘비상장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한 토큰으로 풀어 정의할 수 있다”며 “이와 같은 증권형 토큰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ICO)의 단계적 제도화와 디지털 자산 거래소 제도화가 함께 이뤄져야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지난해 말부터 광풍에 휩싸였던 ICO에서 활용된 유틸리티 토큰과 달리 부동산 같은 전통자산과 프로젝트 파이낸싱형 디지털 자산을 통칭하는 증권형 토큰은 ‘가치 산정(밸류에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표 대표는 “오로지 수급에 의해 가격이 정해지는 유틸리티 토큰만 있는 시장은 건전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적정가치를 매길 수 있는 증권형 토큰을 기반으로 한 ICO 및 거래소만이 투자자에게 이 가격이 옳은지를 가이드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시장이 커지고 건전해지려면 기관이 참여해야 하는데 가치 산정이 가능해야 기관투자자들도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식 적격투자자제도 응용해 ICO 단계적 제도화
표 대표는 ICO 단계적 제도화와 관련, ‘미국식 적격투자자제도 응용’과 ‘한국형 파생상품투자제도 응용’을 제시했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ICO를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겠다고 밝히자, 현지 로펌들은 ‘적격투자자(자산규모 100만불 이상, 연 소득 20만불 이상)로부터 받는 투자는 50인이 넘어도 공모로 보지 않는다’는 자본시장법 특례 조항을 활용해 ‘SAFT’란 우회방안을 만들었다. 즉 공인된 적격투자자만 모아 미국에서 진행된 ICO는 SEC에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표 대표는 “자금력이 있는 사람만 ICO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빈익빈부익부라는 비판이 일 수 있지만 모두에게 열어줬을 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났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며 “선물옵션처럼 돈이 있든 없든 최소한의 공부라도 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 교육을 할 때, 다단계와 마켓메이커 등 시장 조작가능성이라는 부정적인 면도 모두 알려준 뒤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등록제, 암호화폐도 제3자에게 맡겨야 안전
표 대표는 거래소 제도화와 관련해서는 고심 끝에 ‘등록제’라는 절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이때 암호화폐 거래소 대신 디지털 자산 거래소로 용어 정리를 요구했다. 세계 최초로 뉴욕주로부터 비트코인 취급 라이센스를 받아 운영 중인 북미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최근 암호화폐(가상화폐)를 디지털 자산으로 바꿔 표기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표 대표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는 규제 단계에 따라 인가제, 등록제, 자율규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인가제를 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일본 사례에 비춰봤을 때 등록제가 보다 유연한 접근법”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일본 정부가 거래소 19개를 인가해주자, 법인매각을 통해 라이센스를 사고파는 폐단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스위스처럼 관련 협회를 통해 자율규제를 하는 방안도 있지만 특정 이해집단에 따라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며 “싱가포르가 지향하는 완전 자율도 아직은 위험요소가 있는 만큼 P2P(개인간) 대출업체에 대한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거래소 등록제를 시행하는 게 최선의 절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거래소 등록요건의 핵심 중 하나는 ‘지갑’이다. 즉 자체개발한 암호화폐 지갑을 보유하고 있거나 제3자에게 수탁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게 표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거래소에 맡겨진 돈(원화)은 은행이 실명제를 바탕으로 3자 수탁을 하고 있지만 코인(암호화폐)이 털리는 것은 막을 방안이 없다”며 “국내에 100개가 넘는 거래소 중에서 자체 지갑 솔루션을 갖고 있는 곳은 최근에 외산 지갑을 자체 지갑으로 바꾼 업비트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즉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체개발한 지갑이나 ‘비트고(Bitgo)’ 같은 유력 지갑이라도 갖고 있어야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록人터뷰] "韓, 암호화폐를 디지털자산으로 인정하면 글로벌 금융허브 가능”

■‘블록체인 에코시스템 빌더’로서 정부와 적극 소통
표 대표는 지난 1년 여간 자체 리서치센터(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분석)와 토크노미아(토큰경제 설계), 이오시스(EOS 기반 프로젝트 엑셀러레이팅) 등을 이끌어오면서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에코시스템)에 꼭 필요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왔다. 그는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를 넘어 블록체인 에코시스템 빌더로서 업계 기둥이 되고 싶다”며 “앞으로는 정부와도 정책 교감을 하면서 긍정적인 측면은 도입을 검토할 수 있도록 소통 창구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블록체인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며 “전 세계 암호화폐(디지털 자산) 거래량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한국이 글로벌 금융 허브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지금”이라고 덧붙였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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