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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김현종 본부장 "한미FTA깰 각오로 임했다"...개정안 뒷얘기 밝혀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5 08:00

수정 2018.09.25 08:00

한미FTA합의문 서명자에 이어 11년만에 개정안 서명자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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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미국)=조은효기자】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4일(현지시간)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개정 협상과 관련 "첫 번째 협상 때도 그렇고, 이번 협상에서도 한·미 FTA를 깰 생각을 하고 협상에 임했다"며 협정 파기 카드를 협상의 지렛대로 썼음을 시사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미국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FTA는 만병통치약이 아닌 만큼 이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지, 깨는 것이 유리한지 계산하며 임했다는 뜻"이라며 "무조건 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만일 깬다면) 내가 왜 깨겠다는 것인지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시간이라는 개념에는 크로노스적 개념(객관적 시간)적 시간과 카이로스적 개념(주관적·상황적 시간)이 있다. 카이로스적 개념으로 봤을 때 FTA를 깨는 것이 오히려 '퀀텀점프(비약적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협상 상대에게 설명했다"며 "그 결과 (미국 측에서) 소규모 패키지로 진행하자는 제안을 했고, 수용해도 국가와 민족 차원에서 크게 손해보지 않고, 레드라인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개정 협상을 진행한 것"이라고 뒷얘기도 소개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면서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양국의 안보와 통상 모두 안정적으로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개정을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일각에서는 개정안에 서명하기 전에 미국의 '자동차 232조 조치'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국익증대 차원에서 서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FTA 개정안에는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를 20년 더 유지해 2041년 1월 1일에 없애는 방안,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의 중복제소를 방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참여정부 때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지난 2007년 7월 한·미 FTA합의문에 공식 서명을 한 김 본부장은 공교롭게도 11년만에 이뤄진 한·미 FTA개정안에도 이름을 새기는 진기록을 남겼다. 김 본부장은 11년만에 개정안에 서명자로 다시 나서게 된 소회를 묻자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두 번 서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농담섞인 답변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김 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지난 2007년 한·미 FTA서명식 때와 같은 양복·넥타이를 착용하는 센스를 보이기도 했으나 실제 서명식에선 하늘색 넥타이로 바꿔 맸다. 미국 측에선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개정안에 서명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한미정상회담 직후 '한미 FTA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김 본부장은 "개정절차를 2019년 1월까지 완료되도록 (한·미 양국이)합의했다. 10월 안에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며 "만약 국회에서 비준동의가 되지 않아 개정안 발효가 지연되면서 양국의 분쟁이 발생할 상황이 된다면, 서로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후에는 미국의 자동차 232조 조치에서 한국이 제외되도록 하는 데 통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모든 국제경제법에는 항상 예외조항이 있다. 바로 국가 안보와 관련해서 취하는 조치는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들을 잘 고려해 통상 여건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한미FTA 개정 합의가 협상범위 소규모, 협상개시 3개월 만에 신속히 원칙적 합의에 도달하고 개정 협상 장기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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