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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트럼프 뉴욕회담… '합의문에 없는' 비핵화 협상 나선다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1 15:46

수정 2018.09.21 15:53

24일 트럼프 만나 김정은 비공개 메시지 한·미 정상회담때 전달
유엔총회가 협상 분수령
文-트럼프 뉴욕회담… '합의문에 없는' 비핵화 협상 나선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비공개 메시지를 갖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어서 '중재외교'가 비핵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좋은 소식" "성공적"이라며 잇달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북·미 실무회담도 재개되고 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전 세계 이목이 다음 주 유엔총회로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유엔 총회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北美 중재외교, 지금부터 본 게임

문 대통령은 23일 뉴욕으로 떠나 24일(미국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를 전달하고 비핵화 협상의 중재와 촉진에 나선다.


비핵화를 위한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는 사실상 지금부터가 본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박3일 평양 일정 동안 김 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비핵화 논의'에 집중했다.

두 정상은 비핵화 방안에 대해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지만 이를 두고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을 담은 '실무합의'라기보다는 '정치적 선언'에 그쳤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공개할 수 없었던 김 위원장의 진심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경우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물꼬가 터질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 정상으로부터 '공'을 넘겨받게 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뉴욕총회를 계기로 북·미 간 비핵화협상 재개를 위한 분수령으로 활용하려고 할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귀국 후 첫 일정으로 서울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보고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방안, 교착상태에 놓인 북·미대화의 재개와 촉진에 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면서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안, 그에 대한 상응 조치 부분들은 기본적으로 북·미 간에 논의될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논의한 내용 가운에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들도 있다. 앞으로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미국 측에 상세한 내용을 전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미 실무협상도 속도낼 듯

여기에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도 착착 진행될 전망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 실무진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조만간 비핵화 협상에 나선다.

또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유엔총회를 계기로 다음 주 뉴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기로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은 느리지만 꾸준히 진전을 이뤄왔고, 늘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두 나라는 서로 필요로 하는 진전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평양 남북정상회담 전에도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과 물밑접촉으로 자주 대화하고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실무대화 상대로 카운터파트인 리용호 외무상을 지목한 것도 관심을 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인 폼페이오 장관은 정보라인인 김영철 북한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서훈 국정원장과 비핵화 협상의 첫 물꼬를 튼 바 있다. 지난 5월 국무장관 취임 후에도 김 부위원장과 협상해왔지만, 지난 7월 방북 이후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이 돌아가자마자 북한은 "강도적 요구"를 했다는 강경성명을 내놓았던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리 외무상과 대화하게 되면서 북·미 간 외교를 담당하는 정식라인의 협상이 이뤄지게 됐다. 이는 북한이 원하는 정상국가 면모가 갖춰지는 변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비건 특별대표의 빈 협상과 폼페이오 장관·리용호 외무상의 뉴욕 협상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결정되면 비핵화 협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체제보장의 실무적 진전을 보일 경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고, 향후 대북제재 완화와 경협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평양공동선언에는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연내 착공,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 현재 제재국면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담겨 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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