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송영무의 세가지 ‘국방 농사’

정용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0 18:07

수정 2018.09.20 18:40

[기자수첩]송영무의 세가지 ‘국방 농사’


가을, 수확의 계절이다. 농부는 봄에 씨앗을 뿌렸고, 병충해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키워냈다. 이제 수확을 할 때가 왔다. 작물을 심을 때만큼이나 중요한 순간이 수확할 때다. 작물의 완숙도도 중요하지만 시점에 따라 값어치도 크게 달라진다. 송영무 국방장관도 작년 7월에 씨를 뿌렸다.
국방 개혁과 기무사 개혁, 남북 군사협력이라는 씨앗이다. 그런데 농사꾼으로써 판을 너무 크게 벌인 탓일까. 농사는 숱한 방해요소에 부딪히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때로는 '잦은 설화'로 제살을 깎아먹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국방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립했으며, 기무사 개혁도 '안보지원사'를 창설하면서 일단락됐다. 이제 남은 건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였다. 그런데 개각이 결정됐다. 거의 마무리 단계까지 왔지만 당초 그의 방북 수행길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자칫하면 자신이 일궈놓은 걸 다른 이가 서명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봐야 할 판이었다. 결국 그는 퇴임을 앞두고 이번 방북길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19일 4·27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남북한의 군사협력 합의서에 서명했다. 등 뒤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서 있었다. 그의 심정이 어땠을까.

합의서가 나오기까지 남북은 세 차례 대면협상과 수차례의 '팩스협상'이 있었다. 이 중에서도 남북의 의견차가 컸던 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는 문제다. 방북을 목전에 두고 열린 군사실무회담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남북은 이번 평양에서 이 문제를 매듭짓기로 했다. 서해를 지키는 해군 제2함대 전대장 출신인 그의 마지막 임무는 서해 평화수역 조성을 두고 북측 노광철 인민무력상과 담판을 짓는 것이 된 셈이다.

이번 합의서에는 남북은 육·해상, 공중에서 적대행위 중지를 명문화한 판문점선언의 후속 조치가 대거 포함됐다. 국방부는 "이번 합의가 잘 지켜진다면 우리 젊은이들이 '피를 흘릴 확률'이 줄어들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이를 감독하고 소통하는 남북 군사공동위원회의를 가동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와 시기를 못 박지 않았다.
합의를 글로만 할 게 아니라 실제 '이행을 위한 합의'가 빠져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그의 역할도 다했다.
송 장관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후세가 내리겠지만, 여하튼 그는 자신의 '국방농사'를 마무리 짓게 됐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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