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서울 오는 김정은, 고민 깊은 경찰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0 18:05

수정 2018.09.20 18:35

[기자수첩]서울 오는 김정은, 고민 깊은 경찰


"계엄령이라도 내려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부담되는 게 사실입니다."

지난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방문 발표를 접한 한 경찰관의 자조적인 말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을 위해 평양을 방문해 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답례로 이르면 연내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어느 수준의 비상업무 수준을 내릴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비상업무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은 '갑호비상'이다.

경찰청장이 대규모 집단사태로 치안질서가 극도로 혼란해지거나 계엄이 선포되기 전 등의 상황에서 경찰 전원이 비상근무를 한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나 올림픽, 주요 선거 등 비상 상황에 내려진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실제로 서울에 도착했을 때를 감안하면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방문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게 가장 큰 부담이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보수단체 및 보수인사들의 극렬한 반대집회다. 물리력을 동원한 대규모 반대집회가 불 보듯 뻔하기에 경찰이 이를 잡음 없이 통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김 위원장에 대한 경호문제도 고민거리다. 만에 하나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그동안 이뤄온 남북 화해무드가 다시 급속도로 냉각될 것은 자명하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북한 참모들은 이 같은 위험을 이유로 대다수가 김 위원장의 서울행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반대에도 김 위원장은 독자적으로 서울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48년 휴전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을 방문하는 것은 70년 만에 처음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우리 민족의 역사가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남북 정상의 북·남 교차방문은 한반도 평화라는 측면에서 남북관계가 한 단계 더 진전됐다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천려일실(千慮一失)'이라는 말이 있다. 현명한 사람도 천가지 생각을 하다보면 한가지 실수를 할 때가 있다는 의미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떤 돌발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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