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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소득주도성장의 '미싱 링크'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9 16:39

수정 2018.09.19 19:39

[fn논단] 소득주도성장의 '미싱 링크'

지난 50여년 한국 경제를 발전시킨 대기업-수출 주도 성장에 미싱 링크가 발생했다. 대기업의 매출과 수출이 늘어도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와 낙수효과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소득주도성장은 국민소득을 올려 밑에서부터 성장동력을 이루어내는 소위 '분수효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경제 현장은 단순 공식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더욱이 소득주도의 분수가 뻗쳐오르기 위해서는 이 역시 미싱 링크를 극복해야 한다.
즉 인위적으로 올라간 임금소득이 기업 투자와 생산으로, 그리고 일자리 증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한 채 복지정책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수출 주도 성장의 낙수효과도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경제성장이 정체한 나라들을 보면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위해 소수 대기업에 '몰아주기식' 정책에도 불구하고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독과점 금지, 불공정거래 방지, 과세 정책, 동반성장 유도 등 미싱 링크 극복을 위한 정책 대안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요즘 우려하고 있는 분수효과의 미싱 링크를 보면 주로 양적 요인들에 집중돼 있다. 예를 들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 효과가 오히려 근로자의 총소비를 감소시켜 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다. 그러나 미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미싱 링크의 질적 요인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기업에 취직해 근로를 함으로써 소득을 얻는 것이 산업화 시대의 당연한 삶의 표준이었지만 앞으로는 일과 소득의 형태가 다양화된다. 미래학자들은 모든 사람들이 사업자등록증을 하나쯤 소유할 정도로 소득 형태가 달라질 것이라 한다. 분야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학을 졸업해 바로 전문가로 투입되는 경우보다는 수년 동안 프리랜서로, 아르바이트로, 임시직으로, 낮은 임금수준으로 일과 학습을 병행하면서 핵심 인재로 길러지는 분야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 경우 심히 우려되는 것은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최저임금 제도가 미래 인재를 위한 사회적 학습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만난 출판업계 인사는 500년간 이어져온 편집 교정 직업이 우리나라에서 없어질 것을 걱정한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최소 3년은 지나야 제대로 된 생산성이 나오고 그 학습과정을 통해 출판 인재가 길러졌는데, 앞으로는 신입 청년사원을 고용하기가 어려워 월급이 좀 높더라도 경력사원만을 뽑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면 인재 씨앗은 점점 마르고 업계 쇠퇴는 불 보듯 당연하다고 한탄한다.


소득주도성장의 미싱 링크가 미래 인재 육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미리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뜻하지 않게 불현듯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세상 현실이다.
경제는 현실이고 여기에 겸손하게 대비해야 하는 것이 정책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 성공경제硏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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