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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통상 헛발질?..시진핑 독주 더 강해지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9 16:33

수정 2018.09.19 16:33

출처:파이낸셜타임스(FT)
출처:파이낸셜타임스(F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 중국 무역강경책은 의도와 달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지만 강화시켜주고, 미국이 원하는 것과는 정반대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초기 트럼프의 강경대응을 의례적인 '정치적 수사'로 간주해 협상을 위한 압박용으로 해석한 탓에 시 주석이 지도부 내부와 지식인 일부로부터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지만, 중국도 이제 내부 결속을 강화하면서 강경대응으로 돌아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윈 "무역전쟁 20년 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제 사실상 협상을 통한 미·중 통상 타협은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희망을 버릴 때가 왔다는 의견이 비등하다"고 보도했다. 난징대의 주 펑 국제관계대학원장은 미국의 이번 2000억달러 관세 부과는 "트럼프가 관세를 도구로 삼아 중국을 압박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신호"라면서 "중국 정부를 격분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이제 성격이 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창업자 마 윈은 이날 항저우에서 투자자들에게 "(미·중 무역전쟁이) 아주 오랫동안, 아마도 20년 정도 지속될 것"이라면서 "이는 무역전쟁이 아니라 양국간 경쟁에 관한 것이 됐다"고 말했다.


협상파를 배척하는 트럼프의 강경책은 스스로 원하는 것과 다른 결과를 부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국 부문 책임자를 지낸 중국 전문가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무역정책 교수는 "관세로 인해 중국은 비굴하게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기보다는 그저 허리를 곧추 세우고 보복으로 맞대응하게 됐다"면서 "트럼프는 여전히 중국이 비굴하게 굴복하게 되기를 희망하고, 또 이를 불가피한 것으로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중 타격 제한적일 것" 전망도
트럼프의 관세폭탄이 내수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 경제에 이중의 악재가 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지난주 중국 당국 발표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주택, 공장 등을 포함한 고정자산투자 성장률이 사상최저를 기록했다.

그러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관세폭탄이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8%이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2006년 수출이 GDP의 35%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은 GDP의 4%에 불과하다. 게다가 관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업체들은 외국인, 민간기업들이다.

중국 당국의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국영기업들은 거의 영향이 없다.

중국 미상공회의소 빌 자리트 회장은 "워싱턴의 견해와 정반대로 중국은 지금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면서 "앞서 우리가 경고했던 하강 소용돌이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중국내 미 기업들이 비관세장벽 강화라는 역풍을 맞을 것에 대해서도 그는 우려했다. 자리트 회장은 "회원사 절반 이상이 최근 수개월간 검역 강화, 통관 지연 같은 비관세장벽 강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원하는 미 기업들의 미국 환류는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자리트는 "많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영기업 개혁 역풍불수도
중국 기업가들 가운데 일부는 사석에서 무역전쟁으로 시 주석의 정치적 입지가 탄탄해지고, 공산당의 간섭도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기업인은 최근 시 진핑의 중국에서는 민간 기업이 더 이상 필요없게 됐다고 비관하기도 했다.

또 국영기업에 유리한 경제구조를 민간 기업과 경쟁 강화체제로 만들려는 구조조정 역시 역풍을 맞을 것으로 전망됐다.

시 주석이 가장 신뢰하는 경제 자문으로 무역협상을 지휘하는 류 허 부총리의 경제 구조조정에 불똥이 튈 것이라는 예상이다.
류 부총리는 대출 등을 포함해 국영기업에 유리하게 돼 있는 경제구조를 뜯어고쳐 민간 기업과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폭탄으로 중국을 굴복시키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같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점이 되레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의 투신촨 교수는 미국의 요구와 비슷한 개혁을 자신의 어젠다로 추진한다는 것이 류 부총리로서는 정치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중국은 트럼프가 요구하는 것을 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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