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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불친절한' 펀드 수수료 공시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8 16:51

수정 2018.09.18 16:51

[한미재무학회칼럼] '불친절한' 펀드 수수료 공시

최근에 필자의 지인이 뮤추얼펀드와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앱)을 보여주며 어떤 펀드에 투자해야 할지 물었다. 많은 실증분석 자료에 나타난 바와 같이 필자는 가장 저렴하고 개별 펀드매니저의 운영스타일에 좌우되지 않는 인덱스펀드를 추천하고자 했다. 스마트폰 앱 첫 화면에 수백개의 펀드가 있었고 과거 몇년간의 수익률, 펀드 운용 규모, 운용사 이름 등 많은 정보가 빼곡히 나열돼 있었다. 그런데 펀드의 운용·판매보수는 개별 펀드정보를 일일이 클릭해야 찾을 수 있었다. 결국 가장 저렴한 인덱스 펀드를 찾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포기했다.

많은 펀드 상품을 잘 비교할 수 있도록 앱을 만들었을 텐데 소비자가 제일 저렴한 펀드를 쉽게 고를 수 있게 만들지 않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아마도 펀드 투자자들이 수수료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판매자 입장에서는 굳이 펀드 보수에 대한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산증식 및 퇴직연금 운용 등의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뮤추얼펀드에 투자한다. 그런데 정작 본인들이 펀드 수수료로 얼마나 내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금융상품의 가격에 주목할까. 1000원, 2000원을 아끼기 위해 수많은 온라인 쇼핑몰을 방문하는 노력만큼이나 금융투자 상품 가격에 많은 주의를 기울일까.

필자는 투자자가 뮤추얼펀드 수수료에 얼마나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지 측정하고자 실험을 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일하는 필자의 동료 교수 (웬하오양 박사)와 미국의 일반 성인 및 경영학석사(MBA) 학생들을 포함한 1000여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실험방법은 뮤추얼펀드 수수료율이 올라갈 때 펀드 투자금액을 얼마나 줄이는지 측정하는 방법이었다. 수수료율이 올라갈 때 이론적인 최적 투자금액보다 더욱 많은 금액을 펀드에 투자한다면 투자자가 수수료에 주의집중을 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실험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평균적으로 최고 주의집중력의 62% 정도만 펀드 수수료에 기울였다. 예를 들어 펀드수수료가 1%라면 0.62%가량의 수수료라고 생각하고 이론적 최적금액보다 더욱 많은 자산을 뮤추얼펀드에 투자했다.

무지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투자자가 펀드 상품 가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본인의 위험회피도보다 더 많은 금액을 위험자산에 투자하게 된다. 투자자가 금융상품 비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매우 큰 정책적 시사점이 있다.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투자자를 교육하는 계몽운동을 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일반적 금융소비자는 부지런히 매일 자신의 일에 집중하면서 금융상품 투자설명서를 꼼꼼하게 읽어 나갈 시간도 정신적인 여력도 없다.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단계에서 투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가격을 공시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또한 단순한 공시를 넘어서 판매자는 적극적으로 왜 판매·운용보수가 다른 펀드보다 비싸거나 저렴한지 일반적 펀드 투자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펀드비용 공시가 이해하기 쉽게 통일되지 않으면 펀드 판매자는 이익 극대화를 위해 투자자의 주의력 결핍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무료 재무투자 상담가는 커미션을 받는 경우가 많고 비싼 수수료가 부과되는 상품의 수수료를 굳이 알리지 않을 것이다.
이해하기 쉬운 펀드보수 공시를 통해 많은 투자가가 좀 더 신중한 투자의 길로 갈 수 있길 바란다.

김회광 사우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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