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평양정상회담]靑, 무거운 부담감…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이태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7 16:03

수정 2018.09.17 16:03

임종석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정상회담 세부 일정과 주요 진행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종석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정상회담 세부 일정과 주요 진행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청와대 내부에는 상당한 부담감이 느껴졌다. 전 세계 이목이 '북한 비핵화'에 쏠려있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내외신 언론을 향해 "비핵화라는 무거운 의제가 정상회담을 누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여론도 고려해야 한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지지율을 반등시키겠다는 각오다. 더욱이 정상회담 이후 추석 연휴가 바로 이어져 부담이 크다. 정상회담 성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명절 밥상머리에 올라갈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에 청와대 경제라인과 경제 부처 핵심 인사들이 대부분 불참하는 것도 추석민심을 염두에 둔 조치다. 임 실장을 비롯해 경제정책 투톱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방북명단에서 제외시켰다. 부동산 가격 폭등과 고용지표 악화 등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북한을 방문하는 대신 국내 경기 회복 대책 마련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추석 연휴기간 물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청와대의 정상회담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이 '조급증'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청와대는 국회와 사전 조율 없이 평양정상회담에 문희상 국회의장을 포함한 국회 의장단과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했지만, 의장단과 일부 야권의 반발만 샀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애초 평양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는데도 청와대가 독단적인 브리핑을 통해 초청 의사를 밝힌 것을 놓고 갈등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임 실장은 이후 본인의 페이스북에 '중진론'을 내세우며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재차 야권 인사를 초청했지만 논란만 더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야권은 물론 이낙연 국무총리도 임 실장 발언에 유감을 표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만큼 최대한 민감한 발언을 자제하며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임종석 실장은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사전 브리핑을 가졌다. 임 실장은 정상회담 의제를 설명하는 20여분 간의 브리핑 동안 ‘조심스럽다’는 말을 여섯 차례나 언급했다.
비핵화 협상은 물론, 남북 간 경제협력과 군사적 긴장완화 등 어떤 의제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최대한 후방지원을 통해 두 정상 간의 만남 분위기에 훈풍이 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다.
문 대통령 역시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를 제외하고 외부일정을 일체 잡지 않은 채 관저에서 회담 자료를 읽으며 회담 준비에 집중했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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