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백래시 논란.. "여성 억압 말아야"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4 11:05

수정 2018.09.14 11:05

(사진 출처=숲엔터테인먼트/82년생 김지영 책 표지)
(사진 출처=숲엔터테인먼트/82년생 김지영 책 표지)
배우 정유미의 영화 ‘82년생 김지영’ 출연 소식에 남성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성 네티즌들이 정유미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아직 나오지 않은 영화임에도 포털 사이트에서는 영화 평점 테러가 이뤄지는 등 또 하나의 성대결로 번지는 분위기다.

■ 청와대 국민청원에 영화 평점 테러까지
14일 영화계 등에 따르면 배우 정씨는 영화 ‘82년생 김지영’ 주인공 ‘김지영’ 역에 캐스팅됐다. 원작인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여성들의 열렬한 공감과 지지를 받으며 페미니즘 확산에 불을 붙이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 1982년생 김지영씨의 인생을 통해 여성이 겪는 차별과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그렸다.
이후 김지영은 사회 각계에서 성차별이나 경력단절여성 문제를 얘기할 때 거론되는 여성문제의 아이콘이 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남성 네티즌들은 ‘82년생 김지영’ 영화화와 정씨에 대한 불만을 터트렸다. 정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개인 계정을 비롯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씨를 향해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했다”, “정유미 이제 거른다”, “꼴페(꼴통페미니스트)냐” 등의 악플이 쏟아졌다. 일종의 백래시(backlash, 반격)가 시작된 것이다.

이 같은 반발은 단순 악플에 그치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유미 영화 82년생 김지영 출연 반대합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를 막아주세요’ 등의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또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개봉하기도 전에 남성 네티즌들한테 평점 테러를 당했다. 남성 네티즌들은 “한국에서 페미니즘을 울부짖는 게 얼마나 이기적인지 모르냐”며 평점 1점을 줬다. 반면 여성 네티즌들은 “책도 안 읽은 것 같은 댓글들 보니 이 영화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히 느껴진다”며 평점 10점을 매기는 등 남녀간 성대결로 확산되고 있다.

■ “페미니즘 확산 두려운 듯” “부당한 문제 제기”
여성계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남성들의 반발은 페미니즘 확산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여성들의 발화를 억압하려는 시도로 본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남성들은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100만부가 넘는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페미니즘에 대한 전파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근데 이제 영화라는 매체로까지 나온다 하니 활자 매체보다 영상 매체에 더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까지 페미니즘이 더 퍼지고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윤김 교수는 “남성의 권력을 페미니즘이 부술 수 있다는 걸 너무나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어 청와대 청원글을 올린다거나 SNS에 테러에 가까운 댓글을 남기는 행동을 하는 것 같다”며 “변화에 대한 거부일 뿐만 아니라 특히 여성 연예인들의 경우 페미니즘의 페자만 연관돼도 상업적 위계를 가할 것처럼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배우 정씨 뿐만 아니라 걸그룹 멤버인 에이핑크 손나은, 레드벨벳 아이린, AOA 설현 등도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페미니즘과 관련된 메시지, 혹은 그것으로 추정되는 발언을 하는 여성 연예인에 대해 과도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비난하는 현상은 예전부터 있어왔다”며 “이번 논란을 단순히 성대결로 읽을 게 아니라 여성들, 특히 여성 연예인들의 자기 발화를 위축시키는 방식의 공격은 없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부당한 문제 제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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