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식 칼럼]

고용의 질도 문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3 17:03 수정 : 2018.09.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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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끝이 안 보인다. 고용문제 말이다. 문재인정부 초기 고용대란에서 시작해 고용절벽으로 이어졌고, 이젠 고용참사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8월 신규 취업자가 3000명에 그쳤고, 실업자는 100만명을 훌쩍 넘는다.
최대 30만명에 달하던 취업자가 1년 새 100분의 1 토막으로 떨어졌으니 할 말 다했다. 한창 일해야 할 청년층 실업률은 10%를 넘고, 체감실업률은 30%에 육박한다. 고용뿐 아니다. 투자감소까지 겹쳐 성장률도 뚝뚝 떨어진다. 근로자의 소득을 올려서 경제를 살린다는 소득주도성장이 무색하다.

일자리 수뿐만이 아니다. 고용의 질은 더 심각하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동력인 최저임금 과속의 후유증이 일파만파다. 시간제 단기근로, 이른바 아르바이트가 직격탄을 맞았다. 단기근로도 모자라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기근로자, 이른바 '미니잡'이 아르바이트의 대세로 떠올랐으니 아이러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4분기 기준 주당 근로시간이 17시간 미만인 초단기근로자는 149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8만명 늘었다. 2008년(78만3000명)에 비해서는 80%나 증가했다. 구인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주간 평균 근로시간도 16.4시간으로 1년 전(22시간)보다 5.6시간이나 줄었다.

미니잡은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편의점 등 영세사업주들이 경비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선호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는 1주일마다 1일치 유급휴일수당을 줘야 한다.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도 들어줘야 한다. 매주 15시간 이상 일한 경우 월급 약 45만원(최저임금 기준)에 주휴수당 9만원과 4대 보험료 4만원이 추가된다. 그런데 자영업자들은 과거 한 명에게 시키던 일에 주 2일 일하는 아르바이트 두 명을 뽑는 것으로 이런 비용을 줄인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기알바는 근로기준법에서 주 하루씩 주도록 한 주휴수당을 안줘도 된다. 고용보험 가입도 피할 수 있다. 그러니 미니잡은 '최저임금 과속'의 나쁜 산물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저소득층과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1차적으로는 당사자들이다. 미니잡은 청소년, 여성, 노인이 주류다. 이들은 줄어든 임금을 벌충하기 위해 다른 일자리를 찾아 전전해야 하니 이래저래 고달프다. 수입이 줄다보니 '투잡' '스리잡'에 나선다. 주말 있는 삶은 사치다. 고용보험 등 복지혜택도 거꾸로 가니 삶은 더 팍팍해진다. 잦은 직원 교체로 숙련도가 떨어지다보니 소비자들은 서비스 저하라는 2차 피해를 입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량 축소가 아닌 고용시간 단축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이게 아니라도 고용부진 전반에 최저임금이 한몫한다는 것은 국책연구원 분석에서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9월호에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내수증가세 약화요인으로 작용했고, 이것이 고용악화로 이어진다고 평가했다. KDI는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적 요인과 제조업 경쟁력 약화 등 전반적 산업경쟁력 저하에 따른 구조조정 등의 효과가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12일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을 위해 당·청과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공개발언했다. 이번에는 청와대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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