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대기업, 플랫폼형 생태계에 동참하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3 17:02 수정 : 2018.09.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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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경제정책 기치 중 하나인 혁신성장 분야에서 최근 가장 주목을 받은 사건이라면 대통령의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를 위한 행보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동안 '은산분리'라는 신념 때문에 도저히 뚫지 못하던 규제의 벽을 대통령 주도로 돌파하려 한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혁신성장을 위한 대통령의 큰 결심은 여당 내의 반대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말았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보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런 절차적인 문제를 넘어서서, 그 반대의 핵심 되는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대하는 측은 이런 식의 규제완화 조치가 결국 '대기업' 혹은 '재벌'만 유리하게 할 것라고 주장한다. 물론 참여하는 정보기술(IT) 분야 기업들도 이 산업의 미래의 발전성과 수익성에 기대를 걸고 강력히 원하고 있으므로 재벌만 유리하게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주장을 들으면서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왜 이렇게까지 대기업, 나아가 재벌들에 대한 거부감이 강할까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재벌이나 대기업들의 상속 문제나 정치권과의 유착 문제를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필자는 우리 대기업이나 재벌들이 아직도 과거의 경영형태를 바꾸지 못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려고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대기업들은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을 표방하면서 자신들 내부만이 아닌 외부의 작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과 협업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방식의 산업생태계를 흔히 '플랫폼형 산업생태계'라고 부르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런 플랫폼형 생태계 형성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들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의 IT 거대기업들이라는 점도 잘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이런 플랫폼형 생태계 형성에는 미국의 전통기업들도 뒤따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제너럴일렉트릭(GE)인데 기계, 설비를 만들어 파는 전형적인 중후장대형 제조업체인 GE도 그들이 만든 'Predix'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른 기업들이 운영하는 기계, 설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관리·보수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추구하는 중요한 경영목표가 '자신들의 뛰어난 역량을 개발하여 경쟁에서 이기는' 데서 '외부의 다른 뛰어난 기업들과 협업하여 새로운 경쟁력을 얻는' 데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업경영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어쩌면 이들 거대기업에 대한 거부감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함께 일하면서 도움을 받은 기업들이나 그들을 활용해 꿈을 펼쳐보려는 스타트업이 많고, 이들의 협업 성공 스토리를 보는 사람들도 긍정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대기업이나 재벌들은 그동안 이른바 '인하우스형 생태계'를 고집해왔다. 모든 것을 자신들 역량으로 개발해내고, 혹시라도 외부에서 뛰어난 인재나 기업이 있다면 자신들의 내부세계로 흡수해온 것이다. 바깥 세상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키워내는 데는 관심 없는 대기업들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궁극적으로 우리 대기업과 재벌들이 외부 기업과 국민의 호응을 얻으려면 하루빨리 기업문화를 '플랫폼형 생태계' 방식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김도훈 경희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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