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경제정책, 한발 물러서서 볼 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2 16:58 수정 : 2018.09.12 16:58


정책은 성과가 나와야 완성된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경제정책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그런데 성과가 미약하다고 소득주도성장이 잘못됐고, 그래서 다시 공급주도로 가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솔직히 공급주도였더라도 지금의 모습은 별반 차이가 없었지 싶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소득주도를 찬성하는 입장은 절대 아니다. 둘 다 머릿속 생각에 불과한 관념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성과의 부재, 그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경제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새로운 어젠다 세팅(agenda-setting)이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어젠다 세팅의 원래 의미는 특정 언론이 대중적 영향력을 이용해 작위적인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말한다. 도덕성은 접어두고 오로지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소득주도성장은 잘 만들어진 어젠다이다. 관심이 높아진 양극화 문제를 어젠다로 만들었고, 그래서 경제사회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잡았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이전 정부들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바로 어젠다의 유효기간이다. 이명박정부 '녹색경제'의 유효기간은 2년을 넘지 못했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는 1년도 안되어 사람들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이유는 단순하다. 시간이 지나면 말하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피로감이 증폭되어 호응도 비판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기존 소득주도성장의 기조를 이어받으면서도 신선함을 주는 새로운 어젠다에 대한 세팅이 즉각적으로 이어졌어야 했다.

다음으로 누군가 필자에게 경제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를 물어본다면 시기가 좋지 않았다고 말하겠다. 주식시장에는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말이 있다. 성장이든 복지든 정책은 경기 하강국면에서 들어가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런 시기에는 패닉이 만연되어 있고,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경제주체들이 성급해지고, 비이성적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정책은 작용(action)이 들어갔을 때 민간의 반응(reaction)까지 고려해서 만들어진다. 합리적 행동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다면 그 정책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성장이든 복지든 적절한 정책적 개입 시기는 경기가 바닥에 근접해 있거나 회복 국면에 있을 때다.

셋째, 강함은 부드러움을 이기지 못한다. 시장을 상대함에 있어 오로지 강공(强功)이면 시장은 잔뜩 경계하고, 싸움을 피하고 숨어 버린다. 또한 강함만 고집한다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로 쉽게 지친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 경제정책이 강공만 고집하지 않는 것 같다. 시장 수용성을 언급하는 것이나 일부 부동산정책의 후퇴 등에서 그런 모습을 본다. 어떤 이들은 약한 모습에 대해 비판하고 더 강력한 정책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뭣도 모르고 떠드는 거다. 절대 시장은 강함으로만 이기지 못한다. 한발 물러서서 보는 시간이 있어야 시장도 방심하고 허점을 드러낸다. 한발 물러서서 자신도 숨을 골라야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다. 두 번 강공이면 한 번쯤은 물러설 필요가 있다. '강강강' 말고 '강강약'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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