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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병역혜택과 국위선양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0 17:03

수정 2018.09.10 17:03

[윤중로] 병역혜택과 국위선양

고백부터 하자. 얼마 전 막을 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얘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일전에서 일본이 이기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 달리 일본이 졌다. 일본 야구가 전체적으로는 우리보다 한 수 위라고 해도 사회인야구가 프로야구에 승리를 거두기는 쉽지 않았다.

사실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부터 말이 많았다. 누가 봐도 실력이 부족한 선수를 국가대표로 뽑은 탓이다.
감독은 '금메달을 위해 최고의 팀을 꾸렸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정 선수의 병역특례 혜택을 고려한 것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더구나 라이벌로 꼽히는 일본은 사회인야구 선수들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구성했고, 대만은 실업야구 선수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우리는 프로야구 정규리그를 중단했고, 프로야구 선수들로만 팀을 꾸렸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만큼 한국의 금메달은 당연한 일이 됐다.

학수고대하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야구대표팀을 칭찬하기보다 조롱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프로가 아마추어를 이긴 게 무슨 자랑거리냐'는 얘기다. 오히려 병역특례제도의 존폐 논의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운동선수와 예술인을 위한 병역특례법은 지난 1973년에 만들어졌다.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특기자에 대해 군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토록 한다'는 설명이 붙었다. 운동선수의 경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획득할 경우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만 받으면 된다.

그런데 솔직히 운동선수와 예술인에게 왜 병역특례혜택을 줘야 하는지, 그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과 '국위선양'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나. 국제 콩쿠르에서 대상, 금상을 받는다고 '문화창달'이 되는지 묻고 싶다. 세계적인 과학저널에 논문을 발표한 대학원생에게,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주지 않을 이유는 또 무엇인가.

국회 국방위원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예술요원으로 편입된 사람은 280명, 체육요원으로 편입된 사람은 178명(올해 아시안게임 제외)이다. 1년에 수십만명이 군대를 가는 것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숫자는 많지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무'를 지울 때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가치 중 하나가 '형평성'이다. 특히 해당 의무를 지는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 자기가 좋아서, 먹고살기 위해서 선택한 길이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20대가 매한가지다.
20여년 전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지금의 병역특례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옳다. 기준과 범위 등 모든 것이 구시대적이고 한심스럽다.
지금은 2018년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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