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빅 이벤트' 절실한 트럼프, 김정은 친서 받고 비핵화 물꼬틀까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9 15:56

수정 2018.09.09 15:56

트럼프 "서신, 품위있는 방식이고 긍정적일 것" 발언
6·12 북미정상회담 당시와 유사 상황..한국은 중재역
美상원·전직 관료들, 北비핵화에 부정적 인식 여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전달되면서 최근 악화일로였던 북미관계에 다시 한 번 긍정적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특히 이번 친서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과 주목도가 더욱 커졌고, 미국 내에 산적한 문제들을 돌파할 이슈도 필요한 만큼 이번 북미 교착상태 해결의 물꼬가 터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9일 외신들에 따르면 인도와 파키스탄을 방문했던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7일(현지시간)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로 전달됐는지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

■트럼프에 전한 김정은 친서 효과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갑작스럽게 취소되고,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북미관계에 관심이 높아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바로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의 서신이 오고 있고 이는 품위 있는 방법"이라며 "서신은 긍정적인 내용일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북한 비핵화 문제를 풀 실마리가 생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문제 해법을 두고 충돌했다. 미국은 북한이 지금보다 한 발 더 나아간 확실한 비핵화 행동을 보일 것으로 요구하고, 북한은 종전선언을 먼저 매듭짓자는 입장이었다. 양국의 의견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북한 비핵화 조율은 점점 멀어져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특사가 "종전선언을 해도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하면서 경색됐던 북미관계의 변화가 감지됐다.

김 위원장의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이후 북핵문제가 다시 풀리는 방향으로 바뀐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해결사'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고, 중간선거에서도 유리해진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온갖 난맥이 담긴 책의 출간이 예정돼 있고, 대통령 탄핵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전격적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좋은 이미지로 미국 내 부정적 이슈를 일소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6·12 북미정상회담은 성사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밝혀 무산 위기까지 갔다. 이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 만나 중재를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회담의 재추진을 밝히며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다시 '톱다운 방식' 해법 나올까
즉 이번에도 '빅 이벤트'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제재의 완화가 필요한 김 위원장 두 정상이 큰 틀에서 합의를 하고, 그 결과를 전제로 두고 양국 실무자들이 각론적인 부분의 계획과 실행을 하는 '톱-다운'방식으로 북미관계가 회복되리라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북한과 핵무기 신고서를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한 뒤 종전선언을 하고 이후 핵 신고서를 제출하는 방식, 양국이 종전선언과 핵 신고서를 동시에 이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양국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전직 관료들과 상원의회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필립 크롤리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약속을 어긴 바 있다"면서 "북한과의 대화가 중요한 것을 사실이지만 지금은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을 봐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론 존슨 공화당 상원의원 역시 "북한은 이번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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