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당근 꺼낸 EU…美와 쇠고기협상 재개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4 16:58

수정 2018.09.04 16:58

트럼프 자동차 관세 위협에 완강한 태도 서서히 무뎌져
GMO 쇠고기는 계속 금지 수입쿼터 美에 더 할당할듯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25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25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미국과 쇠고기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십년에 걸친 논쟁을 해소하겠다는 것이지만 자동차 관세 협박을 마주하고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의사를 미국에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협박 앞에서는 협상도 없다고 단호히 맞서던 유럽이지만 미국의 독주 앞에 결국 조금씩 무너지는 모습이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산 유전자조작(GMO) 쇠고기 수입금지와 관련해 미국 측과 협의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성명은 2009년 세계무역기구(WTO) 중재 속에 미국과 맺은 쇠고기협상에 대해 미국이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했다면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빙 분위기 속 EU의 '당근'

미국은 2009년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 축산농들은 혜택을 본 것이 없다며 계속해서 재협상을 요구해왔다. 필 호건 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EU가 이전 합의와 관련,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일부 문제 제기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2009년 미국과 EU는 EU의 GMO 쇠고기 수입금지 조항은 그대로 유지하되 전통적인 축산기법으로 생산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늘리기로 하고 수입쿼터를 4만5000t 확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WTO 규정에 맞춰 미국산으로 제한하지 않는 대신 사실상 미국산 수입을 확대하기 위한 합의였다. 당시 EU는 쿼터 확대로 "미국이 수출하는 고품질의 전통적인 쇠고기의 EU시장 접근이" 보장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미국은 당시 합의가 미국 축산농들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재협상을 요구해왔다. 늘어난 쿼터를 미국산이 아닌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호주 등의 쇠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2016년 EU 수출품에 대한 보복을 준비하는 한편 협상 재개를 요구한 바 있다. 미국의 요구에 그동안 콧방귀만 뀌어 오던 EU가 이날 협상 재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 의지가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협상, 회원국 승인이후 가능

지난 7월 말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맺은 잠정적 무역전쟁 휴전 이후 형성되는 해빙 분위기에 맞춰 미국 측에 일단 당근을 제시한 셈이다. 호건 집행위원은 협상 재개가 당시 양측 간 무역긴장 완화를 위한 잠정 합의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EU 기준이 모두 무너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EU 축산농들이 거세게 들고 일어설 것이 뻔한 쇠고기 수입쿼터 확대는 없을 것이고, GMO 쇠고기 금지규정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EU는 강조했다.

성명은 이어 수입쿼터가 미국에 할당될 수 있도록 좀 더 명확히 하되 WTO 규정을 위반하지는 않는 묘수를 협의 과정에서 찾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호건 위원은 이 같은 EU의 조처가 '대서양 양안 간의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미국 제품에 관세장벽을 치고 있다면서 이를 철폐하지 않으면 EU산 자동차에 수입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했고, EU는 "위협 앞에서는 협상도 없다"며 양보는 없다는 점을 강조해 양측의 전면적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돈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강경 기조를 이어가는 와중에 미국이 동맹 여부에 아랑곳없이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물리고, 중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물리기 시작하면서 EU의 완강한 태도가 서서히 무뎌지기 시작했다.

7월 말 사태가 긴박히 돌아가는 가운데 융커 위원장이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무역협상을 논의하는 동안 갈등을 피하자는 잠정안에 합의했고, 지난주 멕시코가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코너에 몰리자 이날 쇠고기협상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측의 협상 재개는 EU 회원국 정부의 승인이 떨어진 뒤에야 가능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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