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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통' 정의용 靑안보실장 수석특사로 5일 방북...북미 중재외교 메신저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2 16:54

수정 2018.09.02 17:00

정의용-서훈, 서해직항로로 당일치기로 방북
지난 3월 1차 대북특사단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기념사진. 오는 5일 방북할 특사단 명단은 1차 때와 동일하다. 청와대 제공
지난 3월 1차 대북특사단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기념사진. 오는 5일 방북할 특사단 명단은 1차 때와 동일하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특사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이 오는 5일 서해직항로를 통해 당일치기로 평양을 방문한다.

특사단 임무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간 비핵화 협상을 중재하고, 이달로 예정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날짜를 확정하는 데 있다. 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특사외교'로 북·미 중재에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대북특별사절단 수석으로 하고, 서훈 국가정보원장·김상균 국정원 2차장·천해성 통일부 차관·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대표단으로 하는 총 5명의 대북특사단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은 지난 3월 1차 특사단 때와 동일하다. 김 대변인은 "특사대표단 구성이 지난 3월과 동일한 것은 방북 목적의 효과적 달성과 대북협의의 연속성 유지 등을 주요하게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문 대통령의 특사대표단 임명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특사단은 당일치기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한다. 하루 이틀 더 머물 경우,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9월9일) 축하사절단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어 체류 기간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올해는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으로 대규모 열병식이 예고돼 있다.

초미의 관심사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면담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의 특사단은 1차 방북 당시 김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함께 만찬을 하고 돌아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1·2차 방북 당시 김 위원장과 면담을 했다. 지난달 31일 우리 측이 북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특사단 파견을 제안하자, 북측이 그날 오후 바로 특사단을 받겠다는 회신을 보내온 점을 미뤄 볼 때 김 위원장 면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으로서도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불발 이후, 미국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고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특사단 방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정 실장이 백악관의 카운터 파트너인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매일' 전화 협의를 하고 있다는 점을 넌즈시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정 실장, 또 최근 미국을 다녀온 서훈 국정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미국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실장이 수석 특사로 재기용된 것도 북·미간 꼬인 실타래를 풀어보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현재로선 '빈손 방북'도 배제할 순 없다. 지난 7월 초 폼페이오 장관이 2차 방북에 나섰으나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미간 줄다리기로 결국 김 위원장과의 면담도 갖지 못한 채 빈손으로 귀환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특사단의 주된 목적이 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을 잡는 것이기 때문에 특사단 방북을 통해 정상회담의 날짜가 확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국제사회의 제재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판문점선언 내용들 폭넓게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당초 8월에 개소하기로 했다가 연기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문제 역시 이번 방북을 통해 날짜가 확정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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