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가 영웅인 이유…베트남은, 아시안게임을 바라지도 않았다

뉴스1 입력 :2018.08.30 12:47 수정 : 2018.08.30 12:47


베트남, 9월1일 UAE와 동메달 결정전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지난 2월초의 일이다. 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남긴 박항서 감독이 잠시 고국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내셔널리그 창원시청 지휘봉을 내려놓고 떠날 때는 그리 큰 조명을 받지 못했으나 되돌아올 때는 그야말로 금의환향이었다.

당시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은 사상 최초로 결승에 올랐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결승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준결승에서 한국을 4-1로 대파하고 결승에 오른 강호 우즈베키스탄과 연장까지 팽팽하게 맞섰던 베트남은 승부차기 돌입 직전인 연장후반 14분에 결승골을 내주면서 고개를 숙였다. 119분을 잘 싸웠으나 1분을 버텨내지 못한 아쉬운 결과였다.

준우승이지만 결코 그들은 패자가 아니었다. 베트남 축구가 아시아 메이저무대에서 '입상'을 했으니 일대 사건이었고 그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낸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베트남 내에서나 한국에서나 모두 달라져 있었다.

박항서 감독은 AFC U-23 대회를 마치고 "40년 축구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뜻깊은 대회였다. 기억에 남는 대회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준 우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면서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의 열기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고 그 이상의 것을 느꼈다"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이처럼 개인적으로나 베트남 축구사에 새 이정표를 세우고 한국을 찾은 박 감독은 2018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베트남 내부에선 8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보다 11월에 있는 스즈키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8월 아시안게임도 준비는 하겠지만 스즈키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지금껏 11회까지 진행된 스즈키컵은 동남아시아 최고의 축구대회로, 최다 우승국(5회) 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미얀마 그리고 베트남 등이 출전한다. 베트남은 이 대회에서 지난 2008년 딱 1번 우승했고 최근 2번은 모두 4강에서 멈췄다.

요컨대 베트남 축구협회가 한국의 박항서 감독을 영입한 것은 자신들의 '노는 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는 마음이 1순위였다. 동아시아나 중앙아시아 강호들이 출전하는 아시안컵이나 아시안게임 등은 감히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미 두 차례나 아시아 모든 국가들이 참가하는 대회에서 기적 같은 성적을 거뒀으니 박항서 감독을 영웅시 대접하는 게 이상할 일도 아니다.

비록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승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이번 아시안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베트남은 오는 9월1일 아랍에미리트를 상대로 3-4위전을 치른다. 그들에게 동메달은, 다른 나라의 금메달 이상의 가치다. 냉정히 말해 베트남 축구가 다시 아시안게임에서 4강안에 든다는 보장도 없다.

베트남 축구 입장에서는 반드시 살려야할 기회다. 만약 성공한다면,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어디까지 올라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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