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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방북 취소…북한 비핵화 중대국면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6 14:12

수정 2018.08.26 14: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북한 비핵화 측면에서 충분한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북한에 가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을 발표 하루 만에 취소한 배경으로 비핵화 과정 지원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도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북한 비핵화 측면에서 충분한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북한에 가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을 발표 하루 만에 취소한 배경으로 비핵화 과정 지원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도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베이징 서울=조창원 특파원 박종원 기자】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 계획이 전격 취소되면서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중대국면을 맞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서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측면에서 충분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에게 이번에는 북한에 가지 말라고 요청했다"라고 밝히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계획 발표 하룻만에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결단은 ▲3차 남북정상회담 및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 영향 ▲북한 비핵화와 미중무역전쟁간 연계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일정 영향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변수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북미 비핵화 대화도 정체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중국배후론 놓고 미중 충돌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판을 뒤집은 배경으로 중국배후론이 꼽힌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를 보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배후에서 협상을 지연시킨다는 중국 책임론을 또 꺼내든 것이다. 북한의 책임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협상의 길을 열어 두되 협상 지연의 원인을 중국으로 돌리면서 기싸움을 벌이는 셈이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배후론을 지렛대로 삼은 협상 기술은 이전에도 여러번 제기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김정은 위원장의 2차 방중 후 북한이 돌연 미국에 강경 태도로 돌변했을 당시 시진핑 주석의 배후론을 제기해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세기의 담판의 물꼬를 튼 바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뒤 지난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을 계기로 진행된 비핵화 협상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둔 데 대해서도 '중국 배후론'을 제기한 바 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책임론에 대해 발끈했다.

중국 외교부는 26일 루캉 대변인 명의의 기자 문답을 통해 "미국의 주장은 기본 사실에 위배될 뿐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와 관련해 매우 우려하고 있고, 미국 측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루 대변인은 특히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이랬다저랬다 변덕을 부려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배후론 카드를 직접 겨냥해 비난했다.

■비핵화와 미중무역전쟁간 복잡한 셈법
중국 배후론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의 정치외교적 개입뿐만 아니라 미중간 확전되고 있는 무역전쟁과도 맞물리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결단을 내리면서 "중국과의 훨씬 더 강경한 교역 입장 때문에 그들(중국)이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라고 말한 점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무역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과의 무역관계가 해결된 이후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을 활용해 미중간 무역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미이다. 더구나 양국간 무역관계가 해결된 뒤 방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은 무역협상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투트렉으로 운용해 중국의 북한 활용 가능성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시진핑 방북 등 빅 이벤트 차질 오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빅이벤트들의 일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여부에 따라 3차 남북정상회담과 2차 북미정상회담 등 주요 이벤트가 탄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의 파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그를 곧 만나길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2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열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도 난관에 빠졌다.

다음달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정권수립 70주년인 9·9절을 즈음에 북한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배후론을 강도높게 비난한 와중에 시 주석이 북한을 전격 방문하는 것은 미중간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에 대해 답방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던 만큼 다음 달 평양 방문을 강행해 미중간 샅바싸움에 정면승부를 걸 가능성도 제기된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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