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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가볍게 와인 한 잔 어때~ 소확행 트렌드 따라 바뀐 음주문화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1 16:46

수정 2018.08.21 21:37

퇴근 후 가볍게 와인 한 잔 어때~ 소확행 트렌드 따라 바뀐 음주문화

국내 와인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무역협회에 집계된 데이터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와인 물량은 17%, 판매액은 25%가 늘었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부침을 겪던 와인업계로서는 모처럼의 호재에 활짝 웃고 있다. 양적인 와인 소비량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취향을 위해서라면 프리미엄 와인의 소비도 마다하지 않는 시장의 성숙도도 전반적으로 올라가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와인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바로 젊은 소비자들의 등장이다.

■2030 젊은 세대의 와인 '홀릭'

지난 2007년도 와인 업계의 첫번째 부흥은 40대에서 60대까지의 중장년층이 이끌었다.
와인 속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노화를 예방하는 기호 식품으로 거론되면서 와인을 즐겨찾기 시작했다. 소비력을 이들은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소믈리에가 권해주는 유명 와인들을 마셨고, 이 때문에 와인은 '흔히 돈 좀 있는 어른들의 새로운 자기과시형 소비재'로 부상하게 됐다.

그런데 올해 시작된 2차 와인붐은 2030 젊은 세대들의 리드가 눈에 띈다. 이들은 와인 정보, 먼저 마셔본 사람들의 시음 후기가 기재된 와인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능동적으로 와인을 찾아보고 마트, 백화점 등에서 직접 와인을 사 마신다. 최근 소확행이 트랜드가 되면서 고급 와인바가 아니더라도 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시작하는 와인카페에서 퇴근 후 와인 한 잔을 커피처럼 마시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높은 급여보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개인 가치관의 변화, 주 52시간 근무 규제 등 개인의 라이프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퇴근 후 여유롭게 와인 한 잔 하는 문화를 가져왔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주요 상권에 와인주막차차, 오늘 와인 한잔 등 가격은 저렴하지만 개성 있는 분위기로 무장한 프랜차이즈형 와인바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명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이 아니라 메뉴판에 사다리찾기 게임으로 본인의 와인 취향을 찾아볼 수 있는 재미성, 커피처럼 취향에 따라 한 잔만 주문해도 되는 실용성, 그리고 부담 없는 가격대가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셈이다. 와인 업계는 최근 빠르게 점포를 확장하고 있는 프랜차이즈형 와인 카페를 중심으로 젊은 소비자들의 훈풍을 타고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상반기, 최고 인기 와인은?

프랑스산 그랑크뤼 와인, 유명 생산자들의 와인을 찾는 소비층도 분명 있지만, 2030 젊은 세대들은 와인 자체의 명성보다 내가 지금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접근성과 가격 대비 맛을 고려해 와인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 가장 판매가 강세인 가격대는 1~3만원 제품으로 이 가격대에서 맛이 있다고 소문난 와인은 금새 베스트셀러가 되곤 한다. 상반기에 대표적으로 많이 판매된 와인들이 대부분 그러했다.

백화점 뿐 아니라 마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는 '롤라이오 상그리아'다. 출시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9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대비 달콤하고 상큼한 맛으로 젊은 세대, 여성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며 와인업계 스타 제품으로 올라섰다. 상반기에만 약 750ml 기준으로 25만 병을 팔아치웠다.

모스까또 와인의 베스트셀러 '간치아 모스까또 다스띠'는 치열한 모스까또 시장의 스테디셀러다. 모스까또는 청포도, 복숭아 등의 향긋하고 달콤한 과일맛이 특징인 스위트 와인으로 달달한 맛에 비교적 낮은 알코올 도수로 와인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시도하기 좋은 품종이다. 스파클링 와인 시장 성장의 힘입어 스페인산 스파클링 와인 '프레시넷 꼬든 네그로 까바 브뤼'도 6개월 간 4만 병 이상을 판매했다. '프레시넷 꼬든 네그로 까바 브뤼'는 국내에 스페인산 스파클링 와인을 알린 선구자로 전세계 판매량 1위 스파클링 와인 브랜드다. 3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상큼한 청사과, 서양배의 풍미, 톡톡 튀는 버블감으로 단번에 가성비 좋은 스파클링 와인으로 자리잡았다.


아르헨티나 와인 시장의 성장은 '트라피체' 와이너리가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아르헨티나 시장 점유율 절반을 육박하는 대표적인 와이너리로 아르헨티나 와인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특히 3만원대의 '오크 캐스크 말벡'은 아르헨티나 천혜의 환경에 자란 잘 익은 말벡 품종에 오크 숙성으로 부드러운 바닐라, 토스트의 여운을 더하며 누구라도 마시기 좋은 데일리 와인으로 꼽힌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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