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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정위 쇄신하되 현장 목소리도 들어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0 17:16

수정 2018.08.20 17:16

재취업 비리에 머리숙여 과잉금지 없는지 살피길
공정거래위원회가 20일 퇴직자의 재취업 비리를 근절하는 내용의 '조직쇄신방안'을 내놨다. 퇴직 후 10년간 재취업 이력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현직 공무원과 퇴직자의 사적 접촉을 금하는 것이 골자다. 고위 직원에 대해 비(非)사건 부서에 3회 이상 연속 발령을 금지하고 퇴직 전 5년간 일했던 부서나 기관 업무와 연관된 곳에 3년간 재취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마디로 '전관'(퇴직자)의 입김이 현직자에게 닿지 못하도록 해 취업 등의 비리 소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취업 과정에서 부적절한 관행, 일부 퇴직자의 일탈행위 등 잘못된 관행과 비리가 있었음을 통감한다"며 "공정위 창설 이래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최대 위기라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시장경제에서 경쟁과 공정의 원리를 구현해야 하는 기관임에도 법 집행 권한을 독점해왔으며 그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조직쇄신방안을 내놓은 건 2012년부터 작년까지 퇴직 간부 18명을 고액의 연봉을 받고 일할 수 있도록 민간기업 16곳을 압박한 것으로 검찰 조사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공정위의 이른바 '퇴직자 재취업 프로그램'은 공정위 간부들의 조직적 권한남용과 공직자윤리법을 무시한 채 퇴직자의 취업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혐의로 전직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12명이 재판에 넘겨졌을 정도니 할 말이 없게 됐다.

공정위는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단속하는 '경제 검찰'이다. 거의 모든 산업을 대상으로 독점.담합 조사를 할 수 있고 출자구조, 내부거래, 하도급거래, 소비자 분쟁 등에서 감시자 또는 심판 역할을 한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쥔 만큼 균형적 정책 집행과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이번 쇄신방안은 '관행'이라는 미명 아래 이뤄져온 잘못을 타파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다만 과잉규제가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까 염려된다. 당장 퇴직 후 10년간 취업 현황을 공시하면 퇴직자가 줄어 인사적체를 심화시킨다.

이번 사태도 따지고 보면 인사적체가 부른 것이다. 불법 취업 관행이 시작된 것은 공정위의 인사적체가 본격화된 2009년께 만들어진 '퇴직자관리 방안'에 따른 것으로 검찰은 판단한다.
더구나 외부교육 참석을 금지하면 직원의 전문성이 약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퇴직자와의 접촉제한은 자칫 현장감을 떨어뜨려 업무효율을 저해할 수 있다.
조직쇄신 방안보다 공정위 직원들의 '공정한 룰' 의식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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