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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10년만에 구제금융 끝냈지만…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0 17:06

수정 2018.08.20 17:06

공공부채가 GDP의 178%.. 갚아야 할 돈 많은게 문제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그리스의 구제금융 절차가 마침내 20일(현지시간) 부로 종료됐다. 이로써 그리스는 약 8년간 지속된 국제 채권단의 간섭을 벗어나게 됐지만 갚아야할 막대한 빚과 무너진 경제를 언제쯤 해결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이날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구제금융 기구인 유럽안정화기구(ESM)의 마리오 센테노 의장은 성명을 내고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10년만에 구제금융 졸업

2009년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기록한 그리스 정부는 이듬해 4월에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국제 채권단은 우선 그리스가 재정 적자를 같은 해 GDP 대비 7.5% 줄이는 조건으로 111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계획이었다. 결국 그리스는 2012년 3월과 2015년 8월에 2차례의 추가 구제금융을 요구했으며 8년 동안 2890억유로(약 370조원)를 받아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 자금을 얻어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은 채권단은 그리스에게 연금제도 축소를 비롯해 대규모 지출 삭감을 요구했다.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한 알렉시스 치프라스의 좌파 정권은 이전보다 강력해진 3차 구제금융안을 수용해 지난 3년간 허리띠를 졸라맸다. 치프라스 정부는 2016년부터 연이어 GDP의 4%에 달하는 재정흑자를 냈으며 GDP 또한 올해 1·4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으로 성장했다. 2013년에 28%를 기록했던 실업률은 지난 5월 기준 19.5%로 떨어져 7년 만에 20%를 밑돌았다.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

그리스는 이제 돈을 더 빌릴 필요가 없지만 이미 빌린 돈은 갚아야 한다. 그리스의 공공부채는 지난해 기준 GDP의 178%로 여전히 유로존에서 가장 많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3차 구제금융에서 빠졌던 IMF는 그리스의 부채가 지속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유럽 채권단에게 일부 탕감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일부 국가들은 빚을 깎아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스는 채권단과 협약에 따라 2022까지 GDP 대비 3.5%의 재정흑자를 유지하고 흑자 규모를 2060년까지 2.2%로 맞춰야 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일 보도에서 구제금융 기간 동안 그리스에 적용된 긴축정책이 결과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광범위하고 영구적인 손상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지나친 긴축으로 사회 전반이 피폐해졌고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사회기반시설 투자도 미뤄졌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지난해 평균적인 그리스 가구가 세금 및 공공부문 지출로 사용한 금액은 수입의 39%가 넘는다.
치프라스 정부는 내년과 내후년에도 추가 연금 삭감 및 증세를 앞두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도한 과세가 사회적인 생산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아울러 그리스의 금융권 정상화와 외국인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며 이번 구제금융 종료가 단지 경제회복으로 가는 이정표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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