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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發 위기, 중국·인도 흔들다] 사상 최저점 찍은 루피화 가치.. 인도 모디 총리 개혁 동력 잃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0 17:06

수정 2018.08.20 17:06

[터키發 위기, 중국·인도 흔들다] 사상 최저점 찍은 루피화 가치.. 인도 모디 총리 개혁 동력 잃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과감한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루피 급락세로 위기에 몰렸다. 올해 지방선거, 내년 총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경제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자칫 경제 개혁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인도 관변 경제학자들은 루피 약세가 터키 위기에 따른 신흥시장 통화가치 하락의 연장선상일 뿐이라고 방어하고 있지만 루피는 터키 위기가 신흥시장으로 번지기 이전부터 이미 약세였던 터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주 인도 루피는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70루피가 무너지면서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터키 위기로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루피 가치 하락, 높은 재정 지출, 印 경제 취약점

그러나 루피 약세는 터키 위기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연초부터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루피는 올들어 달러에 대해 10% 하락해 아시아 통화 가운데 가장 급격히 평가절하된 통화 가운데 하나가 됐다.

루피 하락은 중요한 선거를 앞 둔 모디 총리에게는 특히 더 곤혹스런 문제다.

관변 경제학자들은 신흥시장 전반의 문제여서 크게 걱정할 게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 싱크탱크인 NITI 아요그의 라지브 쿠마르 부소장은 지난 3년간 루피가 17% 평가절상 됐다면서 지금의 하락세로 루피는 "어떤 측면에서는 정상적인 수준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올해 루피 급락세는 인도 경제의 심각한 취약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높은 수입 석유 의존도, 수출둔화와 민간 투자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경제성장 동력으로 정부 재정지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 등이 취약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지난달 인도 무역적자는 5년만에 가장 높은 180억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적자도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인도 자회사인 인도신용평가사(INDIA RATINGS)는 경상수지 적자가 2년전 국내총생산(GDP)의 0.6%에서 올해에는 2.6%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저축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투자 초과분을 해외에서 얼마나 차입하는지를 보여주는 경상수지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 차입이 많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기조가 중립으로 돌아서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차입 증가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정부 재정적자도 골치다.
지방재정과 연방정부 재정이 합쳐진 뒤 적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모디 총리와 각 주지사들이 재정지출을 확대할 것이어서 재정적자는 큰 폭으로 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JP모간 신흥시장 리서치 책임자 자한기르 아지즈는 "정부가 적자감축과 관해 무엇이라고 말을 하건 인도의 재정적자는 GDP의 6~6.5%로 꾸준한 수준을 유지했다"면서 "올해에는 7%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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