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타악기 거장' 콜린 커리, 이달 30일 서울시향과 세번째 협연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0 16:37

수정 2018.08.20 16:37

타악기의 매력은 새로운 영감을 준다는 것..연주자에겐 행운이죠
마이클 도허티의 'UFO' 이번 공연이 아시아 초연..불필요하게 진지하지 않고 아이러니와 유머 섞여있어
비주얼적으로 강력하고 접근하기 쉬운 타악기, 청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어
타악기 제대로 알고 싶다면 스티브 라이시의 '드러밍', 이 작품은 무조건 들어봐야
타악기를 주류 반열에 올려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퍼커션 연주자 콜린 커리가 오는 3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협연 무대를 갖는다.
타악기를 주류 반열에 올려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퍼커션 연주자 콜린 커리가 오는 3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협연 무대를 갖는다.


오케스트라에서 타악기는 다른 악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왔다. 묵묵히 무대 뒤편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탱하고 있던 이 악기는 최근에서야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그 독자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타악기 레퍼토리들이 점점 그 수를 더해가며 주목을 끌었고 현대음악에서 멜로디나 화성이 아닌 음향과 음색을 중시하게 되면서 오케스트라 내에서도 그 중요성이 부각됐다.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타악기를 주류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콜린 커리다.


오는 3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9년만에 협연 무대를 갖는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서울시향과 세 번째 협연에 대한 소감은.

▲앞서 두 번의 공연 모두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깜짝 놀랐다. 한국 관객들이 클래식음악 공연을 정말 좋아하고 갈망한다고 느꼈고 이번 공연에서도 다시 한 번 그런 경험을 하고 싶다.

―이번 공연에서 마이클 도허티의 '타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UFO'를 아시아 초연하는데 어떤 곡인가.

▲도허티의 'UFO'는 엉뚱하면서도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곡이다. 이 곡은 UFO에 관해 전해지는 많은 이야기들과 사람들이 이에 대해 보여주는 기이한 집착에 대해 다룬다. 'UFO'와 관련한 '미국 대중문화'의 강력하고 유별난 다이내믹함에 대한 인용으로 가득하다. 연주자로서 나는 이 작품의 독특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곡은 불필요한 진지함이 없기 때문에 관객들은 아이러니와 유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타악기에 빠져들게 되었나.

▲어떻게, 또 왜 시작하게 됐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리집 부엌에는 장난감 드럼과 드럼 세트가 있었다. 여섯살 때 첫 드럼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 귀속에 맴돌던 윙윙거림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너무 신나서 계속 방방 뛰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뛰어난 재즈 드러머 버디 리치와 진 쿠르파의 연주를 보고 자랐다. 이 두 연주자들은 넓게 보아서 최초의 타악기 독주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은 카리스마와 관객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겸비한 전설적인 음악가들이다. 타악기의 매력과 위엄을 느낀 것은 그 후로 내가 클래식 음악과 현대음악을 알게 되고 타악기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진 것을 알게 되면서다.

―오케스트라에서 타악기만의 매력과 가치는.

▲타악기는 본질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특유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누구나 한번쯤 연주해보고 싶다고 느끼는 악기다. 특히 타악기 공연은 비주얼적인 면이 강하고 리드미컬하기 때문에 청중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데 이런 점은 연주자에겐 큰 행운이다. 무한한 가능성 지닌 타악기는 실험과 모험을 위해 영감을 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대 작곡가들의 곡을 굉장히 많이 연주했고 그들에게 신작을 많이 요구했다. 작곡가들 역시 타악기를 위한 곡에 익숙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나와 함께 일한 작곡가들은 모두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타악기를 이해하고 표현했다. 그 결과 다양한 스타일의 팝, 재즈, 미니멀리즘, 모더니즘 등의 작품들이 탄생됐다. 나는 이런 다양한 면을 모두 좋아하고 타악기를 통해 다양성이 발현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타악기는 다른 악기를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이라는 인식도 있는데.

▲스트라빈스키, 슈토크하우젠, 불레즈, 메시앙 등 여러 작곡가들 덕분에 20세기 들어 타악기 영역이 놀랄만한 도약을 했다. 이후에도 타악기는 새로운 음악에 영감을 주는 존재로 거듭났고 수많은 레퍼토리가 탄생했다. 타악기 주자들 또한 이러한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움직여왔으며 이제는 타악기를 위한 환경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간 바로크부터 낭만주의까지 다양한 작품을 타악기를 위해 편곡했고 수많은 현대음악 작곡가와 협업해왔다. 타악기의 매력을 느낄 만한 곡을 몇 곡 추천한다면.

▲스티브 라이시의 '드러밍'은 무조건 들어봐야 한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콜린 커리 그룹'에서 녹음하기도 했는데 녹음하면서 너무 즐거웠다.
이 곡은 타악기의 힘과 다양성을 보여주면서 놀랍도록 간결하고 신선하다. 스코틀랜드 출신 작곡가인 제임스 맥밀란의 새로운 협주곡 '타악기 협주곡 2번'도 추천한다.
이 협주곡은 타악기라는 악기가 얼마나 무궁무진하게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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