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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불법웹툰] (中)아프리카에 사무실·서버 두고, 광고는 年80억 거둬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0 12:41

수정 2018.08.20 14:08

불법웹툰 사이트M. 사무실 주소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으로 돼 있다.
불법웹툰 사이트M. 사무실 주소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으로 돼 있다.
#1. 웹툰작가 A씨는 불법웹툰 헤비업로더 밤토끼가 활보하던 지난 4월 월수입이 반토막이 났다. 지난 5월 밤토끼의 검거 이후 A씨는 수익이 회복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풍선효과 때문인지, 여전히 웹툰을 돈을 내고 보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부족해서인지 A씨의 수익은 예년수준에 30% 정도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A씨 뿐 아니라 웹툰작가들은 작품을 낸 지 2시간이면 불법웹툰 사이트에 퍼지는 현실 때문에 창작의욕조차 꺾이고 있다.


#2. 웹툰작가 B씨는 불법 복제 때문에 해외 진출의 꿈도 막힐 위기에 놓였다. 영어권 국가로 웹툰을 수출하는 한 플랫폼의 경우 불법 복제가 3회 이상 된 작품은 아무리 인기작품이어도 플랫폼에서 소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불법 복제가 된 작품은 경쟁력이 사라져 트래픽이 안나온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웹툰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불법 번역되면 번역한 사람에게 e메일을 보내 "제발 불법 번역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밤토끼 이후에도 끊임없이 불법 웹툰 공유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퍼져버린 콘텐츠로 인해 저작권자는 회복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입어 산업생태계가 타격을 입고 있다. 새로운 불법 사이트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지만 해외에 서버가 있어 처벌이 어려운데다 사이트 폐쇄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이 같은 피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웹툰작가 10명중 9명, 매출 못 내
20일 관련당국과 웹툰 업계에 따르면 불법복제로 인해 웹툰작가 10명 중 9명은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태진 웹툰 가이드 대표는 "밤토끼 검거에도 여전히 피해가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라며 "불법 복제가 3회 이상 돼서 해외로 퍼진 작품은 아무리 인기작이라도 수출이 안된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냉정하게 얘기하면 한 유료 웹툰 플랫폼에 100개 작품을 연재하고 있으면 85~90명 정도는 불법 복제 때문에 매출을 못맞춘다"라고 덧붙였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한 접속차단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복 심의로 평균 2개월이 소요된다. 또 불법 콘텐츠 사이트를 폐쇄하더라도 곧장 다른 사이트가 생겨 피해를 근절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웹툰산업협회 관계자는 "불법 컨텐츠가 올라가 있는 사이트를 차단 조치하게 되는데 차단이 되는 경우도 거의 없을 뿐더러 기간이 두달 이상 걸려 소용이 없다"며 "웹툰 같은 경우 하루사이에 다 퍼지면 이미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두달 후 폐쇄는 너무늦다"라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밤토끼라는 사이트를 차단하게 되면 대체사이트를 또 만드는 게 문제다. 밤토끼1, 2, 3가 계속해서 만들어 지는 식이다"라며 "접속차단 하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대체사이트를 만드는건 하루만에 만들어 낸다. 접속차단도 그 정도 속도를 따라가야 실제적인 차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초 차단하는데 2개월 걸리고 대체사이트를 차단하는데는 2주 정도 걸리는데 현재 법사위에서 심사 중인 불법사이트 폐쇄 절차를 간소화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최초 차단이 2주로 줄어들고 대체사이트 차단 시간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기업이 국내 광고 수입 年 80억
불법콘텐츠를 버젓이 올리고 국내 업체의 배너광고로 수익을 얻고 있는 M사이트의 경우 사무실 주소가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국가 시에라리온이다. 이 사이트의 광고 수입은 연간 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청에서는 해외에 주소가 있는 경우 국제공조수사 요청을 통해 수사를 진행한다. 이마저도 국제공조 협약이 돼 있는 국가에 대해서만 협력이 가능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를 두기 위해서는 해외 IT 업체나 서버관리 업체가 필요한데 그 업체를 통해서 자료 수집을 한다"라며 "중국같은 경우에도 공조가 안될 수 있고 각 국가별로 공조협약이 안 돼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광고수익 매출로 추적을 할수도 있고 음란물, 도박 등 콘텐츠 광고가 있는 경우 이 분야로 수사를 할 수 있다"라며 "자세한 수사과정을 말하긴 곤란하지만 사이트의 국가가 아프리카로 나왔다 하더라도 다양한 수사 기법을 가지고 추적수사 해서 검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사이트의 경우 대부분 네트워크 매체 집행 광고로 광고주가 직접 광고를 하는 형태가 아니라서 추적이 쉽지 않다.

■韓 콘텐츠 산업 기둥, 떠 받쳐야
한국 웹툰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작가들의 의지를 꺾는 현실을 타파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강 대표는 "북미 작가들은 슈퍼히어로 만화만 그리지만 전 세계 인기장르는 로맨스"라며 "우리 작품을 북미나 영어권 국가에 공급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안드로이드 미국 마켓 '북 카테고리'에서 레진이 1위, 해피툰이 10위를 차지했다. 레진의 경우 해외 매출만 100억원에 달한다"라고 설명했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음악, 드라마 등이 한류 붐을 일으킨 것처럼 한국의 웹툰도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라며 "콘텐츠가 무엇보다 4차 산업 혁명기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국내 산업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시급히 제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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