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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소셜미디어와 표현의 자유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7 16:20

수정 2018.08.17 16:20

[월드리포트]소셜미디어와 표현의 자유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에서 우익 성향 소셜미디어인 '인포워스(Infowars)'를 삭제한 것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애플이 먼저 인포워스의 팟캐스트를 중단한 데 이어 페이스북과 유튜브, 스포티파이가 내용들을 삭제하고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페이스북은 인포워스 삭제 이유로 이슬람과 트랜스젠더, 이민자에 대한 혐오적인 연설과 협박이 담긴 콘텐츠 내용을 내세웠다. 유튜브는 구체적인 삭제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며, 팔로어가 88만9000명인 트위터도 미뤄오다가 뒤늦게 최근 삭제했다.

인포워스를 이끌어온 저널리스트 앨릭스 존스는 인터넷방송에서 각종 음모론을 내세우면서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예로 9·11 테러를 미국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하는가 하면, 강력한 총기소지 옹호자인 그는 지난 2012년 26명이 사망한 코네티컷주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은 허구라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킨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려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유별나게 강조하는 미국에서 이번 삭제를 계기로 소위 '빅테크'로 불리는 실리콘밸리 공룡 IT기업들의 막강한 영향력이 더 비대해지면서 인터넷을 마음대로 검열하고 특정 내용을 검열하는 등 여론까지 조종하는 큰 횡포를 부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이제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주류 언론 못지않게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 소셜미디어에 올려진 댓글들을 보면 민심을 잘 읽을 수 있다.

기자는 소셜미디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2년 전 처음 느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거의 대부분 미국 주류 언론들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마치 확신하는 듯한 보도를 했으며 한 일간지는 확보할 선거인단 수가 300명을 넘을 것이라며 압승을 예고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아예 클린턴 당선 특집판 인쇄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기자는 인포워스와 브라이트바트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 한 예가 선거유세장의 열기다. 주류 매체들이 후보의 연설 장면을 보여줄 때 무대와 그 앞쪽에 밀집해있는 지지자들을 보여줬지만 소셜미디어들은 클린턴 후보 유세장의 뒤쪽 빈자리들까지 비추면서 그것을 본 기자는 그 열기가 도널드 트럼프 후보 유세장에 비해 약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인들은 틈만 나면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이것을 보장하는 헌법 조항인 '수정헌법 제1조(First Amendment)'를 자주 언급한다. 페이스북도 계속되는 비난에도 오랫동안 인포워스 페이지를 폐쇄하지 않고 미뤘던 것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 미국 우익 소셜미디어들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독재자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있다

더군다나 유대인인 저커버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자신과 같은 민족이 나치 독일에 의해 학살된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집단의 페이지를 비롯해 다른 혐오와 진보 사이트들을 폐쇄하지 않고 있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애플은 8000여개 사이트가 차단되고 있는 중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여기고 있고 구글은 검열을 감수하면서까지 재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인포워스가 삭제된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는 구글이 인수한 지 오래됐다. 비교적 늦게 인포워스를 삭제한 트위터의 잭 도시 CEO는 엊그제 앞으로 가짜뉴스, 거짓정보와 혐오연설이 담긴 소셜미디어를 제한할 것이라며 추가 조치를 시사했다.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너무 힘이 세진 빅테크들이 미국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차단하고 여론을 통제하는 횡포가 시작된 게 아닌지 걱정된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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