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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 "규제완화는 보수가 하고 진보는 반대한다는 생각 바꿔야"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6 17:08

수정 2018.08.16 21:05

"일자리·성장 위해 관료적 규제 없애고 진입장벽 낮출 것 
대기업 만날때 '듣는다 해결한다 요구하진 않는다' 원칙 
고용지표, 당장은 안좋지만 내년 초 정책효과 나타날 것"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16일 경제지 합동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2기 일자리 정책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16일 경제지 합동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2기 일자리 정책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듣는다. 해결한다. 그러나 요구하진 않는다."

마지막 세번째 대목, '요구'는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였다.
더구나 대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곳 아닌가. 관행이고 정경유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쉬운 길을 접었다고 했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16일 청와대 인근 한 식당에서 열린 경제지 합동인터뷰에서 '일자리에 관한 대기업 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듣는다. 해결한다. 요구하진 않는다'를 기업인들을 상대할 때의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기업인들을 만나면 적극적으로 듣고, 법적으로 문제가 안되면 (규제를) 풀어드리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요구하지 않는 걸 되레 불안해하는 것 같더이다. 우리가 무슨 사찰을 하나요. 기업은 (본위의) 투자를 하면 되는 겁니다. 과거 정부는 '뭐 해라 뭐 해라' 요구하고 그랬는데 우리 정부는 그런 게 없으니까 오히려 좀 불안해하는 것 같은데…. 정상적인 상황으로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금단현상'이라고 봅니다." 속도감 있게 새 질서를 안착시키는 게 과제인 셈이다.

정부 출범 초기, 1기 문재인정부의 일자리정책은 공공일자리에 방점이 찍혔었다. 세금으로 만드는 공공일자리에 시선이 곱지 않았다. 2기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사령탑인 그가 내놓을 '정태호표 일자리 해법'은 무엇일까.

'규제혁신'을 들었다. "진입장벽을 제거해 새로운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고, 실패했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진보 정부의 규제혁신은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지지층 일부에서 규제개혁을 '우클릭'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 '기득권의 저항'에 '진보적 가치와의 충돌'이 더해지면서 규제혁신이 이중고에 처한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와 진보진영의 반발을 산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의 예외적 허용, 앞으로 나올 개인정보 규제완화의 경우 지지층 내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그의 입장은 이렇다. "규제완화는 보수가 하는 것이고 진보는 그 반대"라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일자리 확대와 혁신성장을 위해 관료적 규제를 제거하고, 진입장벽을 낮춰야 하죠."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선 "금융혁신 관점에서 중요한 진보"라고 규정했다.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라는 진입장벽 해소로 △금융업계에 자극을 주는 메기효과 △핀테크 신산업 육성 △수수료 인하 등 소비자 편익이 발생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여기에 직간접 고용효과까지 더해 '3+1' 효과가 난다고 덧붙였다.

쉬운 길을 놔두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혁신이란 어려운 길로 돌아가다 보니 그가 취임 직후 언급한 '속도·체감·성과' 3대 목표를 생각하면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다. 당장 7월 통계청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 "지난번보다 크게 좋아질 것 같진 않고, 결국은 연말은 가야 좀 기대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더 정확하게는 내년 초 정도는 돼야 정책효과가 나타날 걸로 기대를 합니다."

일자리 목표는 고용률 67%로 들었다. 인구 감소로 착시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취업자수 증감 지표보다는 고용률을 대표 일자리 관리지수로 삼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이 모범 일자리 사례로 언급한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대해선 지금은 현대차 노조가 반대하고 있지만 결국엔 합의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비쳤다. "당연히 노조는 반대할 수밖에 없지만 그러나 이렇게도 생각해봐야 하는 겁니다. 만약에 현대차가 해외에 투자를 한다고 생각해보라는거죠. 굳이 현대가 임금도 높은 울산에서 생산하기보다 중국이나 다른 데다 생산한다고 하면 오히려 외국으로 나갈 투자를 국내에 유치하는 효과가 있는 거죠. (그러니) 그 점을 노조도 용인해줄 거라 봅니다."

최저임금 인상 공약 달성(2020년 시간당 1만원) 문제는 "자영업 대책이 마련됐을 때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시기 문제를 말할 수 있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현장형 수석'으로 불리고 싶다는 그는 취임 후 주에 한두 차례 기업과 지역의 일자리 현장을 방문했다. 지난 9일에는 SM엔터테인먼트의 복합문화공간 SM아티움을 방문했고, 오토바이 전문업체 할리데이비슨 한국법인을 찾았다.


1963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난 그는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정무기획비서관·정책조정비서관·대변인·정무비서관 등을 거치며 4년반을 일했고,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정책기획비서관으로 1년여를 일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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