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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최악의 한해' ..실적회복-원전수출-전기료 인상 '첩첩산중'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3 16:27

수정 2018.08.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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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오른쪽)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
지난달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오른쪽)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

한때 10조원 이상의 이익을 내던 한국전력이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한국전력은 올 상반기에 8000억원대 영업 적자(연결기준)를 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2조3097억원)와 비교하면 3조원 이상 이익이 급감한 것이다. 3분기 연속 영업손실은 6년 만이 처음이다. 원전 가동 축소, 노후원전 일시 중단 등 에너지전환 정책 여파로 전력 구입비가 크게 증가한데다 발전 자회사의 연료비도 3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한전은 현재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으나 여름철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 등의 악재로 당분간 과거 수준의 이익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3분기 연속 영업손실..상반기 8147억 적자
이날 한전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적자를 8147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2조3097억원) 대비 3조1244억원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4·4분기 1294억원, 올해 1·4분기 1276억원에 이어 3분기 연속 영업손실이다. 이는 2012년 2·4분기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당기 순손실은 1조169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엔 1조2590억원의 순이익을 냈었다.

이익이 줄어든 이유는 명확하다. 전력을 사오는 원가 부담이 4조원 넘게 커졌기 때문이다.

박형덕 한전 기획총괄부사장은 이날 실적 관련 브리핑에서 "전기판매량 증가(2017년 상반기 1.2%→ 2018년 상반기 4.1%)로 전기판매수익은 1조500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비용이 이보다 더 크게 늘면서 영업적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한전은 발전 자회사의 연료비(국제유가·유연탄 가격상승) 상승으로 2조원, 민간발전사로부터의 전력구입비 증가로 2조1000억원 등 영업비용 부담이 급증했다. 박 부사장은 "국제 연료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영업비용의 32.5%를 차지하는 발전자회사의 연료비 부담이 2조원(26.7%) 증가한 것"이라고 했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이란 제재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33% 이상 급등했다. 유연탄 가격도 28% 동반 상승했다.

한전이 민간 발전사로부터 구입한 전력 비용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1000억원(29.8% 증가)이 더 들었다. 연료가격 상승으로 인한 민간발전사의 연료비 단가가 올랐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봄철 4개월간(3~6월) 노후석탄발전소 5기가 일시 정지한 영향이다.

이렇게 원가가 올랐는데도, 원전 가동이 줄면서 원료 가격이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렸고, 전력 구입비(발전회사에서 사오는 전기도매가격)가 덩달아 급증한 것이다. 구입단가(지난해 기준)는 원전이 ㎾h당 60.76원으로 가장 싸다. LNG는 103.67원, 유류는 165.4원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원전 안전점검 강화에 따른 원전 가동이 줄어든 여파가 컸다. 원전 계획예방정비 일수가 올해의 경우 1700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0일이나 늘었다. 실제 총 11기의 원전이 격납건물 철판 부식, 콘크리트 공극, 철근 노출 등 과거 건설 원전의 부실 시공 보강 조치 등으로 정비일수가 증가했다. 이런 이유에서 90%대에 육박하던 원전 이용률은 올해 1·4분기 55%, 2·4분기 63%에 그쳤다.

한전은 하반기엔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부사장은 "통상 계절적 이유로 2·4분기 수익이 가장 낮고 3·4분기 수익이 가장 높다. 원전의 경우, 1·4분기 이후 계획예방정비가 순차적으로 종료된다. 하반기에는 가동률이 76%로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경영정상화·실적 회복 '첩첩산중'
한전은 현재 비상경영 상황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이 지난 4월 취임하자마자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때까지"로 비상경영 시한으로 잡고, 1조1000억원 규모의 경영 효율화, 유휴 부동산 매각 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전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에 도달하기까지 난관이 많다. 한전은 그간 높은 원전가동률과 저유가 환경에서 좋은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전기요금 체계 합리화, 사업·인력 구조조정 등 여러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사업 혁신과 구조조정 적기를 놓친 결과가 올들어 한꺼번에 닥치는 형국이다.

우선 한전이 당장에 떠안을 부담은 여름철 전기요금 일시 인하로 발생하는 2000억원 이상의 비용이다. 앞서 지난 7일 정부는 누진제 1, 2구간의 상한을 100kWh씩 늘려 가구당 19.5%가량 요금 부담을 줄이는 '폭염 전기요금 인하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추산 요금인하 효과는 총 2761억인데, 오롯이 한전 부담이다. 한전은 지난 2016년 여름(7~9월)에도 누진제 완화에 따른 손실분(당시 인하총액 4200억원)을 부담했다. 이 때는 한전이 10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던 호황기였다. 일단 정부는 한전 분담 비용 보전 방안을 찾는다고 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전은 공공기관으로서 국민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비용 부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전 실적 회복에서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유인은 원전 가동률이 하반기에 70%대로 회복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사용 왜곡(전체 전력사용의 49%를 심야시간대 사용)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를 당장에 해결하기는 어렵게 됐다. 한전의 희망과 달리, 정부는 경영여건이 어렵다는 산업계 의견을 들어 당초 올해 안에 산업용 경부하(심야시간)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수출, 내수침체 우려가 높아질수록 국민과 산업계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저항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원전 수출도 풀어야할 숙제다. 한전은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전에 참여 중이다. 하지만 한전은 지난달 말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었다. 이 프로젝트는 한전이 원전 사업자인 뉴젠 지분(100%)을 인수해 잉글랜드 북서부 지역에 원자로 3기를 건설하는 20조원 규모의 사업이다. 현재 한전은 뉴젠 및 영국 정부와 'RAB(규제자산기반)'라는 새로운 조건에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는 영국 정부가 건설과 운영에 일정부분 참여하는 전제로 한 협상이어서 제대로 성사만 된다면 모든 한전이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기존 방식보다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 일각에서 지적한대로 한국의 탈원전 정책이 한국형 원전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리스크다.
사우디의 경우, 최근 한전이 중국, 러시아 등과 함께 원전 예비사업자로 선정돼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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