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워마드 수사, 편파 넘어 표적수사"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0 16:54

수정 2018.08.10 16:54

운영자 체포영장 발부하자 시위 주최측 격렬히 반발.. 女 공감대에 시위확대 전망
경찰, 반박자료 해명했지만 경찰청장 사퇴 목소리 커져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불편한 용기' 측이 주최하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4차 집회가 열리고 있다. 워마드 편파수사 논란이 일면서 향후 시위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불편한 용기' 측이 주최하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4차 집회가 열리고 있다. 워마드 편파수사 논란이 일면서 향후 시위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자에 대해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편파수사'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경찰청은 "일베저장소 등 남성 중심 커뮤니티도 엄정히 수사하고 있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일부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경찰 수사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여성에 대한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주최해온 '불편한 용기' 측은 즉각 민갑룡 경찰청장 사퇴를 촉구했으며 워마드 등에 거부감을 가져온 여성들 마저 편파수사라는 주장에 공감하며 향후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찰청장 직접 진화에도 불구, 논란 거세

10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해외에 거주하는 워마드 운영진 A씨에 대해 음란물 유포방조 혐의로 지난 5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고 있다.

"워마드 편파수사 하지 말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은 "일간베스트, 오유(오늘의 유머), 디시(디시인사이드) 등 수많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음란물이 유포되고 있는데도 운영자는 이를 방조하고 동참하고 있지만 한 번도 문제 삼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게시글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6만7000여명이 동의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민 청장은 직접 성별에 따른 편파수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경찰은 누구든 불법촬영물을 게시·유포·방조하는 사범에 대해서는 엄정히 수사하고 있다"며 "일베에 대해서도 최근 불법촬영물이 게시된 사안을 신속히 수사해 게시자는 검거했고,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고 이를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올해 일베와 관련된 사건을 69건 접수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절차를 통해 53건을 검거, 검거율 76.8%를 기록한 반면 워마드와 관련된 사건은 32건이지만 검거 사례는 아직 없다는 자료까지 공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베는 서버가 국내에 있고 운영진도 한국에 있어 압수수색 영장으로 게시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반면 워마드는 서버가 해외에 있고 연락을 해도 협조하지 않아 (게시물) 삭제가 안돼 방조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파 넘어 표적수사"

그러나 '불편한 용기' 측은 워마드 운영자에게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편파수사라며 민 청장의 사퇴를 재차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또 다른 편파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과 정부에 우리는 환멸한 느낀다. 우리의 분노를 보여주기 위해 민원 총공격을 진행하고자 한다"며 행정안전부, 경찰청, 국민 신문고 등에 민 청장 사퇴를 요구하는 민원을 넣을 것을 제안했다.


그동안 워마드의 동성애자, 장애인 혐오 등 요소에 반감을 갖고 거리를 둬왔던 여성들도 이번 만큼은 경찰의 편파수사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가하지 않던 36개 여성단체들도 이날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란물 유포의 중심인 웹하드를 방조한 채 워마드 운영자에 대해서만 수사하는 것은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제가 봤을 때) 명백한 편파수사로, 편파를 넘어 표적수사라고까지 볼 수 있다"며 "많은 여성들이 '나는 워마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는데, 이제는 편파수사라는 데 공감하게 돼 시위 참가 인원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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