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석록 칼럼] 북한에 전재산 투자하시겠습니까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8 17:04

수정 2018.08.08 17:04

北 개방 해외자본 밀물 예상
과거 투자·계약 적극 활용하고 남북정상 상호 투자 보장해야
[차석록 칼럼] 북한에 전재산 투자하시겠습니까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전설인 짐 로저스 회장은 2015년 미국 CNN 인터뷰에서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한국을 찾아서는 "북한이 개방하면 한국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면서 "북한에 피자 체인점을 열어도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가난한 북한이 황금알을 낳아줄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부처는 물론 지자체, 공기업, 일반기업 할 것 없이 남북경협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있다. 증권사들은 '북한팀'을 꾸리고,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남북경협은 어두운 터널 안의 불빛처럼 위기의 한국 경제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런데 막상 기업들은 로저스 회장만큼 전 재산을 쏟아부을 확신은 없다. 이유는 북한을 믿을 수 있느냐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꼭 20년 전인 1998년 6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소 1001마리를 몰고 북한을 찾았다. 소떼방북은 외환위기 직후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과 맞물려 남북 긴장완화와 경제협력이라는 희망을 주었다. 대북사업을 이어받은 정몽헌 회장도 북한에 운명을 걸었다.

북한은 정주영·정몽헌 2대에 걸쳐 경협을 해온 현대그룹에 신뢰와 투자 대가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개성 관광, 백두산 관광 등 수많은 남북경협 사업권을 주었다. 그러나 박왕자씨 사건 이후 경협시계는 멈췄다.

전문가들은 북핵이 해결된다는 전제하에 북한이 개방되면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대규모 해외자금이 쏟아져 들어갈 것으로 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비핵화하면 더 밝은 미래가 있다는 것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말했다"면서 "북한이 개방되고 규칙이 작동되면 투자하려는 미국인들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가을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경협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동포라고 모든 투자기회를 남한에 주지는 않을 것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면 미국이든, 일본이든 국적 불문하고 손잡을 공산이 크다. 자칫 우리 기업들은 머뭇거리다 해외자본에 좋은 북한투자 기회를 빼앗길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해도 괜찮다는 확신을 기업에 줘야 한다. 남북 정부의 투자보장이다. 남북한의 정치적·사회적 변동에 관계없이 서로 보장해야 한다.

과거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때 맺은 계약이나 사업은 인정받아야 한다. 가장 확실한 믿음이다. 해외자본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우선권이다. 현정은 현대 회장은 지난 3일 정몽헌 회장 15주기 추모행사를 위해 금강산을 찾았다. 북측 대표로 참석한 맹경일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추모행사를 잘 협조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현 회장에게 전달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겸 아태평화위원장도 "현대가 앞장선다면 경협사업을 함께 할 테니 편한 시기에 평양을 찾아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현대 등 과거 누구라도 북한과 맺은 사업권은 잘 활용해야 한다.
사업권자의 사업 수행능력이 부족하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함께 하면 된다. 남북경협은 남한만이 아닌 남북한 모두 이익이 전제돼야 한다.
평화와 번영이라는 남북 공동가치를 추구해야 한반도가 '완전하고 가시적이며 되돌릴 수 없는 번영(CVIP)'의 시대를 열 수 있다.

cha1046@fnnews.com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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