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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리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선의로 시작한 꿈이 악의가 된다면..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6 17:22

수정 2018.08.06 17:22

[yes+ 리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선의로 시작한 꿈이 악의가 된다면..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지 않는 이가 있을까. 태어나서부터 성장하고 주어진 수명을 다하기까지 인간은 모진 세상 속에서 부딪히며 수많은 상처를 받는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상처가 생기고 아무는 과정 가운데 성장하기도 하고 때론 이 상처에 지게 되기도 한다. 특히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얻게 되는 트라우마는 어느 한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사로잡기도 한다. 하지만 이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는 끝없이 노력해왔다. 과학과 의학은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과 싸우기 위한 도전이었으며 또한 상처를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컨트롤하고 불멸하기 위한 욕망을 바탕으로 발전했다. 결국 잘 살기 위한 바람이다.


발전에 대한 욕망 끝에 우리는 많은 것들을 얻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사람들은 다시 돌아보고 질문한다. 우리가 이뤄온 것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안전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고 싶은 소망이 이 시대의 괴물을 만들지는 않았는가 하고 말이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사진)은 관객들에게 이와같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의 본질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배경은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전쟁터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게 된다. 전쟁통 속 의무관으로 연합군을 위해 싸우고 있지만 아군이든 적군이든 가리지 않고 부상자를 치료한 앙리는 군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즉결 처형될 위기에 처하지만 이전에 그의 논문을 유심히 본 상관 빅터 덕분에 목숨을 구하게 되고 빅터의 실험에 동참하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해야할 동력이 사라지면서 연구실이 폐쇄됐지만 빅터는 포기할 수 없다. 사실 그의 연구는 어릴적 흑사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시작됐기 때문이다. 죽은 생명을 다시 살리는 일은 신의 영역이지만 과학을 통한 인간의 노력으로 부활의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계속 품는다.
결국 빅터는 앙리와 함께 고향인 제네바로 연구실을 옮겨와 생명 창조 실험을 계속해 나가지만 예상치 못한 살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앙리가 단두대의 이슬로 처형을 당하게 된다.

사랑했던 절친 앙리의 시신으로 마지막 생명 소생의 실험을 하는 빅터, 결국 성공하지만 본래의 영혼까지 소생시키지는 못했기에 괴물의 모습으로 누군가를 해친 후 만들어진 피조물은 이름도 없이 홀연히 사라진다.


3년의 시간이 지나 사촌 줄리아와의 결혼을 앞둔 빅터 앞에 괴물이 되어버린 피조물이 나타나고, 그는 자신의 창조주인 빅터 앞에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 되기를 바랐지만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악인들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외로운 삶에 대해. 선의로 시작한 꿈이 오히려 악의가 된 현실을. 공연은 26일까지 서울 한강진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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