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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배누리, 이 악물고 왕빛나에게 물 뿌린 사연

입력 2018.07.25 12:02수정 2018.07.25 12:02
[fn★인터뷰] ‘인형의 집’ 배누리, 이 악물고 왕빛나에게 물 뿌린 사연

6년 전 '해를 품은 달'에서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로 적은 출연 분량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배우 배누리가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인형의 집'에서 배누리는 그간의 이미지를 덮을 만큼 강렬한 연기력으로 무서운 성장세를 자랑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최근 종영한 KBS2 일일드라마 '인형의 집'에서 배누리는 사랑스러운 꽃님이 역으로 완벽하게 분하며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앞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잔실이로 이름을 알린 배누리는 이번 '인형의 집'을 통해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극 중 배누리가 분한 꽃님이는 5년 전 뺑소니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은 비밀을 지닌 인물이었기에 전개상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역을 소화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또한 큰 눈망울에 조신하면서도 차분한 말투의 꽃님이 역과 날카롭고 단호한 재영 역까지 어려움 없이 담아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인형의 집'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배누리는 종영소감으로 배누리는 "촬영을 먼저 끝내고 방송을 보는데 아쉬운 기분이 있다.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극 중 배누리는 꽃님이의 맑고 순수한 면을 표현하기 위해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말투를 연구하는 것은 물론 트레이드마크가 된 양갈래 머리를 직접 구현하며 드라마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고심했다.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양갈래 머리는 처음 콘셉트 회의할 때 제가 먼저 이야기했다. 그동안 머리 땋지 않으면 못 알아보셨는데 이제는 머리를 땋지 않아도 알아보신다. 특히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많이 알아보신다."

'인형의 집' 속 느리지만 확실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꽃님이는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똑부러지는 화법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배누리는 실제로 웃으면서 할 말을 다 하는 성격이 비슷하다고 웃으면서 고백했다. 이날 역시 배누리는 유쾌하면서도 명백한 대답으로 인터뷰의 분위기를 한층 더 즐겁게 만들었다.

"본방을 못 볼 때가 많아 끝나고 나서 항상 제 영상을 찾아본다. 댓글도 다 본다. '꽃님이 꽃길만 걷자'가 기억에 남는다. 캐릭터를 잘 만나야한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 작품에 빠져보시더라. 꽃님이 응원이 많았는데 극 후반 재영이가 되면서 그때 욕을 많이 먹었다. 그걸 보고 한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좋은 캐릭터를 만난 게 복이다. 내 캐릭터에 믿음이 있었기에 댓글을 봐도 흔들리지 않는다."

[fn★인터뷰] ‘인형의 집’ 배누리, 이 악물고 왕빛나에게 물 뿌린 사연

이처럼 굳은 심지로 작품에 임하는 배누리에게도 쉽지 않은 고민은 있었다.

"요즘은 배우 배누리와 인간 배누리의 중간 지점을 찾고 있다. 일과 평소의 나를 잘 구분을 하려 한다. 촬영하는 동안 감정 기복이 클 때는 사람을 안 만난다. 짜증이 많아져 혼자 누르는 편이다. 꽃님이처럼 착한 아이를 연기하는 것이 오랜만이다. 평범하고 대인배 같은 아이가 '해를 품은 달'의 잔실이 이후 처음이다. 닮아가려고 하는 건 아닌데도 자연스럽게 온화해졌다."

배누리는 1인2역이라 불릴 만큼 정반대인 두 캐릭터를 모두 소화하며 꾸준히 쌓아온 연기력을 발휘했다. 특히 왕빛나와의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전혀 밀리지 않는 기싸움을 펼쳤다. 왕빛나에게 맞서 물을 뿌리는 장면은 '인형의 집'의 명장면으로 꼽히기도 했다.

"두 번을 뿌렸다. 물을 뿌리는 연기가 처음이다. 너무 걱정이 돼서 혼자 연습을 많이 했다. 한 번에 가야한다. '왕빛나 선배님이 아니라 경혜다'라고 생각하고 분노를 끌어올렸다. 한번에 가려고 물을 더 채워달라고 요청했더니 왕빛나 선배님이 '너, 이를 악물었구나' 하더라. 잘 해냈지만 그런 장면을 찍을 때 맞는 게 낫다. 때리는 사람이 더 미안하다."

2010년 영화 '미스터 좀비'로 데뷔한 배누리는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드라마 '하백의 신부' '드림하이' 등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들 속에서 꾸준히 자신의 존재감을 빛내왔다. 특히 '해를 품은 달'에서 잔실이라는 캐릭터를 만나 배누리라는 이름을 알렸다.

"'해를 품은 달'에서 많이 주목받아서 재밌었다. 사극은 비주얼적으로 신경을 많이 쓰는 만큼 예쁘게 나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를 품은 달' 이후로 사극을 안 해봐서 한번 더 해보고 싶다. 이번에는 계급이 높은 아이로 예쁜 한복을 입고 나긋나긋한 역을 하고 싶다. 또 러블리한 캐릭터도 하고 싶다. '오 나의 귀신님'의 박보영 선배님이나 '또 오해영'의 서현진선배님처럼 로맨틱 코미디를 하면 좋을 것 같다."

배누리는 아직 자신 만의 인생관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스스로의 장점에 대해 '밝은 에너지'라 답하면서도 배누리는 여전히 생각에 빠져있었다. 배우로서의 자아를 완성해가는 과정에 서있는 배누리는 늘 꾸준히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답해야 했다.

"아직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신을 알기가 가장 어렵다. 장점을 스스로 잘 아는 사람들이 부럽다. 하지만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작품 선택에 있어 호불호를 너무 나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다르다. 나는 망가지는 연기도 상관없이 다양한 역을 해보고 싶다. 그저 연기로 인정받고 싶을 뿐이다."

[fn★인터뷰] ‘인형의 집’ 배누리, 이 악물고 왕빛나에게 물 뿌린 사연

어느덧 8년차 배우가 된 배누리. 그는 쌓여가는 필모그래피를 보며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어느 순간 물씬 성장한 것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인형의 집'과 다른 작품을 병행하기 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하며 생각했다. 또한 워낙 긴 호흡이라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하고 나니 예전보다 성장했구나를 느꼈다. 다른 선배님들 앞에서도 쫄지 않았더라. 나는 매번 성장하고 있었다."

한편 배누리는 다음 차기작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 2018년은 유난히 알찬 한 해였다. '인형의 집' 뿐만 아니라 두 편의 영화가 올해 관객과 만난다. 일일극의 긴 호흡이 끝나고 지칠 만 한데 오히려 배누리는 더 빠르게 달릴 준비가 돼 있었다.

어서 차기작을 하고 싶다고 고백한 배누리는 브라운관에 이어 스크린에 설 준비를 마쳤다. 서둘러 다음 행보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앞으로 더욱 뜨거운 배우가 될 배누리를 응원한다.

/ekqls_star@fnnews.com fn스타 우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