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올 상반기 벤처투자 실적 역대 최대...벤처로 몰린 정책 자금 덕 봤다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4 14:00

수정 2018.07.24 15:04

중소벤처기업부가 24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패스트파이브에서 개최한 창업·벤처기업·투자자 만남의 장 행사에서 석종훈 창업벤처혁신실장이 '2018년도 상반기 벤처투자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4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패스트파이브에서 개최한 창업·벤처기업·투자자 만남의 장 행사에서 석종훈 창업벤처혁신실장이 '2018년도 상반기 벤처투자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생활건강·패션·애견 등 분야에서 18개 자체 브랜드를 갖고 230여가지의 제품을 유통하는 미디어 커머스 기업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지금까지 벤처캐피털(VC)로부터 총 2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6년 매출액 42억원을 기록했던 블랭크는 지난해 500억원으로 열 배 넘게 성장했다. 같은 기간 고용은 28명에서 지난해 78명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뢰하는 통계로 꼽는 벤처투자업계의 올 상반기 실적은 모두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벤처업계로 흘러든 1조원 규모의 정책자금 덕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업계의 올 상반기 신규투자액은 1조6000억원을 넘겨 전년대비 60%가량 늘었고,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도 증가했다고 24일 밝혔다. 벤처투자시장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 '회수'도 상반기에만 1조원을 넘기며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다만 증가폭 자체는 올 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복수의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올 상반기 2조원을 넘겨 올해 전체 4조원 정도로 투자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투자 규모와 속도가 생각보다 더딘 편"이라면서 "정책 자금이 많이 풀리면서 투자 대상 기업을 찾는 것도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업종별 투자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도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바이오·ICT 자금 대거 몰려
이날 중소벤처기업부 석종훈 창업벤처혁신실장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벤처투자와 공동으로 서울 강남대로 패스트파이브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8년도 상반기 벤처투자 동향'을 발표했다.

중기부는 올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액이 1조6149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16억원 대비 61.2% 증가했다고 증가했다. 석 실장은 "지난 해 추경을 통해 80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조성해 민간자금과 투자조합을 결성한 점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는 분위기인데 벤처업계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민간 중심의 벤처생태계 혁신대책 등 벤처 정책으로 투자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반기 투자액은 바이오·의료분야와 정보통신기술(ICT)분야로 몰렸다. 바이오에는 4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액이 몰리며 전년동기대비 2.5배 넘게 증가했다. ICT 서비스 분야에도 3500억원이 투자되며 전년동기대비 70%가량 늘었다.

석 실장은 "바이오와 ICT 분야는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업력 관점에서는 창업 3년에서 7년이내 기업 투자액이 5802억원으로 전년 동기 2917억원보다 두 배 가량 증가했다.

■회수시장도 1년새 2배 증가
회수시장이 커진 것도 긍정적이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VC들이 기업공개, 주식매각 등을 통해 회수한 금액은 1조2517억원(투자원금 58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5539억원(투자원금 3384억원)의 2배 이상 금액이다. 상장하거나 주식을 매각한 기업 수도 올 상반기 846개로 작년 488개보다 73% 증가했다.

석 실장은 "벤처생태계가 커지면서 회수시장의 분위기도 좋아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VC가 투자가 손쉬운 이커머스나 콘텐츠 업체를 중심으로 투자방향을 설정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VC들은 근시안적인 관점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벤처 제조업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석 실장은 "현재 추세라면 올해 벤처투자 규모는 3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대기업의 벤처펀드 참여를 확대해 '투자-성장-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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