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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포스트]G20, 암호화폐 동일규제 외쳤지만.. 연내 실현은 ‘글쎄’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3 17:18

수정 2018.07.23 18:55

재무장관·중앙銀총재 회의서 이점 많지만 탈세 악용 우려
글로벌 동일규제 마련 재확인.. 국가별 금융환경·규제 달라
전문가들, 합의 도출 비관적
주요 20개국(G20)이 암호화폐와 관련된 국제적 공통 규제안을 연내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G20 홈페이지 제공
주요 20개국(G20)이 암호화폐와 관련된 국제적 공통 규제안을 연내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G20 홈페이지 제공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암호화폐 관련, 글로벌 동일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암호화폐가 금융이나 경제 혁신에 유익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단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자금세탁이나 탈세, 투자자 보호 등의 문제는 단일 국가의 규제로는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우선 동일한 규제방안을 마련해 오는 11월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를 이뤄내는게 목표다. 그러나 G20 국가별로 경제.금융 환경과 규제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암호화폐 글로벌 동일규제안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가들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암호화폐 규제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G20은 지난 21일과 22일(현지시간) 열린 3차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암호화폐(암호자산) 등 기술혁신은 금융 시스템과 경제에 상당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지만 투자자 보호와 탈세, 자금 세탁, 테러 자금 조달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혁신 가능성 인정… 단점 해결 위한 동일규제 마련 논의

G20은 지난 3월 열린 회의에서 암호화폐를 '암호자산'이라는 명칭으로 규정하고, 관련 규제 마련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암호화폐가 국경없이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가 동일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G20은 이번에도 오는 11월로 예정된 정상회의 때까지 암호화폐 관련 글로벌 규제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G20은 "(글로벌 금융규제 협의체인)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지속적으로 암호화폐 관련 모니터링을 해줘야 한다"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오는 10월까지 구체적인 암호화폐 규제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FSB와 FATF는 오는 10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4차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 방안을 보고하게 된다. 이후 11월3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릴 예정인 정상회의에서 규제 방안을 발표한다는게 일정이다.

■"암호화폐 동일규제 미지수, 규제 불확실성 지속될 듯"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국가 간 암호화폐 동일규제'가 연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G20 회원국 별로 경제.금융 환경과 규제 시스템이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규제체계에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는게 이유다. 게다가 주요 국가들의 무역갈등이 날로 심해지고 있어 암호화폐 규제 문제가 주요안건으로 다뤄지기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도 미.중 간 무역갈등이 글로벌 경제 위험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암호화폐 규제 논의는 자금세탁 방지 등 원론적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주도적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넛크래커'와 같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초 G20의 암호화폐 규제 권고안에 따라 국내 제도권 편입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이란 입장을 견지해온 금융당국도 입장이 곤란해졌다.
앞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국제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만의 독자적 제도화는 국가 간 규제차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이미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암호화폐(가상통화) 이용자 보호와 자금세탁방지 등의 법제화를 통해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암호화폐 및 ICO 생태계는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FSB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감독 역할을 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복수의 암호화폐 시장분석가들은 "G20 차원에서 암호화폐 규제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FSB 활동이 암호화폐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11월 말로 예정된 G20 정상회의까지는 규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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