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식당 알바의 기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3 17:15 수정 : 2018.07.23 22:05



대학을 다니기 위해 아르바이트(알바)를 했는지 알바를 하던 중 대학을 다녔는지 정확한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알바는 대학생활 그 자체였다. 군대를 제대하고는 알바에 더욱 매진했다. 여러 알바 중 기억에 남는 알바 하나가 바로 부산 녹산공단에 위치한 르노삼성 건설현장이다. 일당 5만원을 받아서 그중 7000원 정도를 인력소개업체에 줬다.
손에 쥐는 돈은 4만3000원 남짓. 돌아보니 소개비가 10% 넘었던 셈인데 지금 생각해도 속이 쓰린다. 르노삼성 알바가 아직 기억이 나는 건 점심 때문이다. 1000원 남짓하던 대학 구내식당 밥만 먹다가 흑미밥과 고기반찬으로 가득한 대기업 구내식당 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오래한 일은 한때 유행했던 '고기부페'가게 알바다. 수업을 끝내고 저녁시간에 일할 수 있어서 반년 넘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1만원 정도를 내면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었다. 기본 반찬도 훌륭했다. 고기부페는 반찬 품질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깨고 잡채와 홍어회무침, 초밥 등 단품요리로 시켜서 먹어도 될 정도로 신경을 썼다. 그래서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장점은 또 있었다. 영업이 끝난 뒤 남은 반찬들은 주방 아주머니와 알바생들에게 나눠줬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는지 모른다. 덕분에 사장님은 다른 알바생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몇만원씩 더 챙겨줬다.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진로를 고민하자 사장님은 '정식 직원으로 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취직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1998년 여름, 적잖이 흔들렸다.

지난주 '2018년 대한민국 국토대전' 시상식 행사를 무사히 끝내고 여의도 증권가 지하 삼겹살집에서 뒤풀이를 했다. 7명이 두 테이블을 차지하고 삼겹살을 구웠다. 그날 유독 사람이 없었다. 중간중간 사람들이 오고 가긴 했지만 우리가 사실상 전부였다. 당연히 VIP 대접을 받았다. 서빙을 하는 3명의 식당 종업원들은 우리 테이블에 고기가 모자라는지 술이 떨어졌는지 실시간으로 챙겼다. 하지만 종업원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했다. 식당에서 일해본 사람은 안다. 한가한 게 바쁜 것보다 얼마나 맘 불편한지.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여의도에 저녁 손님이 뚝 끊겼다고 한다. 실제 건설사 한 임원도 "최근 여의도 중식당을 갔다가 손님이 너무 없어 놀랐다"면서 "지난달만 해도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지 못했던 곳인데 한순간 이렇게 손님이 사라질 줄 몰랐다"고 전했다.

힘든 시절, 변변한 기술이 없어도 튼튼한 몸 하나 있다고 받아준 곳이 바로 식당이었다. 그런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하니 서글픈 생각이 먼저 든다. 주 52시간 근무는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은 주 52시간이 뭔지, 또 뭘 해야 하는지 마음의 준비도 몸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주 52시간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강조하기에 앞서 정든 일터를 잃거나 매출 급감의 피해를 보는 서민들을 살피는 게 먼저가 아닐까?

courage@fnnews.com 전용기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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