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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한국에는 수많은 사토시들이 있다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0 16:10

수정 2018.07.20 16:11

韓, 블록체인 허브를 꿈꾸다
[현장클릭] 한국에는 수많은 사토시들이 있다
'사토시는 한국인이다.'
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블록체인위크’에서는 ‘사토시는 여성이다(SATOSHI IS FEMALE)’란 문구가 새겨진 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암호화폐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정체불명의 ‘사토시 나카모토’가 남성일 것이란 통념을 깨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올 여름 대한민국 서울을 뜨겁게 달군 ‘코리아블록체인위크 2018(KBW 2018)’를 취재하면서 ‘사토시는 한국인이다’이라는 명제가 뇌리에 박혔다.

굳이 사토시 나카모토의 국적을 따지자는게 아니다.

KBW 2018에 참석한 국내외 연사들이 일제히 ‘한국이 블록체인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는 각종 논거와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한국에는 이미 수많은 사토시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특히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넥슨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세계 최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 세이클럽, 한게임 등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나 도토리(결제수단)를 사거나 게임을 즐기기 위해 사이버머니에 지갑을 열었던 경험을 갖추고 있는 한국인 사토시들이 이미 블록체인 산업을 일구고 있었다.

또 한국 소비자들은 개인이 각자 보유하고 있는 음악파일을 주고받는 공간이었던 ‘소리바다’처럼 탈중앙화된 개념에 대한 이해도도 매우 높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한국인을 신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기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동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2000명의 청중들은 KBW 2018 현장을 압도했다. 특히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주요 강연을 경청하던 국내 대기업 고위 임원들과 창업가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 깊었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대기업들은 블록체인·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퀀텀점프(대약진) 및 해외 진출 가능성을 모색했고, 창업가들은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 올릴 상용 서비스(댑, DApp)와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류했다.

이제 정부와 국회 등 정책당국자들이 최소한의 ‘아웃라인’을 그려줘야 할 차례다. 이미 업계에서는 정부의 육성 정책이나 예산 지원도 필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은 시작점부터 글로벌 경쟁이기 때문에 철저히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관련 에코시스템(생태계)이 뿌리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금지조항만 정해줘 불확실성만 없애주면 된다는 것이다.

마침 이번 주말에(21~22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암호화폐 정의를 비롯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시장 모니터링 등 국제협력방안이 나올 예정이다. 규제불확실성이 사라진다는 측면에서 반갑다.
우리 정부가 G20 재무장관 회의 이후에는 ‘블록체인 산업 육성·ICO 전면 금지’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블록체인 허브’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꼭 쥐어주길 기대해본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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