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美 DNI 국장 "미러 단독회담서 무슨 말 오갔는지 몰라"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0 11:18

수정 2018.07.20 11:18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로이터연합뉴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로이터연합뉴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에 이뤄진 지난 16일 헬싱키 단독 정상회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푸틴 대통령을 올 가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2차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거론한데 대해서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두 정상간의 단독회담 내용을 둘러싸고 풍문이 무성해지고 있는 가운데 당시 배석했던 미국 측 통역을 청문회에 불러내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미 의회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코츠 DNI 국장은 이날 콜로라도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포럼 진행자인 NBC뉴스의 앤드리아 미첼에게 미러 단독 정상회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정보기관의 수장인 코츠 국장조차도 미러정상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통역관만을 대동하고 푸틴 대통령과 90분간 단독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옆에 세워둔 채 미 정보당국을 불신하고 러시아를 두둔하는 '기이한' 장면이 연출된 이래 미국 내에서 후폭풍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코츠 국장은 속기사나 보좌관도 없이 회담장에 대통령을 두는 그런 계획에 자신은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다면 다른 방법을 제시했을 것이지만 그것은 내 역할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이 회담 내용을 녹음했을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리스크는 언제나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2016 미 대선 개입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데 대해 반박하는 성명을 낸데 대해서는 "정보기관과 미국 국민을 대신해 그같은 입장을 취하는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올 가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2차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는 소식을 포럼 진행자가 알려주자 코츠 국장은 손을 귀에 대고 "다시 한 번 말해 보라"고 한 뒤 깊은 한숨과 함께 "오케이. 멋지겠네요"라고 답해 청중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고 AP는 전했다.

한편 CNN은 미 의회 내에서 당시 두 정상간 회담에 배석했던 미국 측 통역을 청문회에 불러내 내용을 확인하려는 의회 내 움직임이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특히 미 백악관이 이날 미국인 사업가 등에 대한 러시아 사법 당국의 조사를 허용해달라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청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해명하면서 90분간 단독회담의 대화를 확인하자는 기류가 더욱 뚜렷해졌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진 샤힌(뉴햄프셔) 의원은 18일 트위터에 "두 정상이 개인적으로 무엇을 논의했는지 알기위해 그들의 회담에 배석한 미국 측 통역에 대한 청문회를 요구한다"며 "이 통역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 무엇을 공유하고 약속했는지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통역은 국무부에 소속된 마리나 그로스로 당시 단독회담의 유일한 미국 측 배석자였다. 로라 부시 등 과거 퍼스트레이디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의 통역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그는 국무부 직원이라는 점 외에 정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국무부는 통역의 의회 출석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요청도 아직은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가 정상 간 회담에 단독으로 배석한 통역을 공개석상에 불러내 대화를 듣는 행위가 가능하냐는 점이다.

CNN은 신분으로 보면 통역은 당국자도 정책입안자도 필사자도 아니라면서 의원들이 통역의 출석을 요청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아랍어 통역관이자 4명의 미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선임보좌관을 지낸 게말 헤랄은 CNN에 "미 대통령이 다른 국가수반과 일대일 대화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면 끔찍한 전례가 될 것"이라며 "통역은 주인공의 연장선이며 주인공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자 한다면, 이번의 경우 대통령이 주인공이니 그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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