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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사설탐정제도에 반대한다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9 17:32

수정 2018.07.19 17:32

[여의나루]사설탐정제도에 반대한다

전직 경찰서장이 신용정보업자 이외에는 미아, 가출인, 실종자, 사기꾼 같은 사람 찾기를 업으로 하거나 탐정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이 기각됐다. 즉 헌법재판관 전원은 탐정업을 금지하는 현행 신용정보업법이 합헌이라고 봤다.

흥신소와 심부름센터에 얽힌 불법 내지 탈법 사례가 워낙 많아서 흥신소라는 말은 부정적이고 불법적 이미지가 강한 반면 탐정이라는 직업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합법적이고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셜록홈스 등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탐정을 접한 사람들은 탐정에 대해 막연한 기대나 환상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탐정이 장래희망인 초등학생도 있다고 한다.

탐정업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미아 찾기 등 현실적 필요성이 있는데 경찰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고, 관련 업무에 대한 수요가 크므로 이를 양성화해서 불법 흥신소 난립을 막고 현실에 맞게 입법을 하자는 주장을 한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의 문제는 신고제나 등록제로 제도화해서 관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탐정이 필요한 분야는 무엇일까. 실종자 찾기, 미아 찾기는 경찰력을 충원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다. 탐정을 고용할 경제적 능력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거나 수사를 사적 영역에 맡겨선 곤란하다. 제도화해 등록제나 신고제로 운영한다면 관리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도 탐정 합법화 시 관할기관이 법무부가 될 것이냐, 경찰이 될 것이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탐정 합법화가 관리부서 신설을 전제로 한다면 차라리 관리비용을 국민이 탐정에 기대하는 업무분야인 미아와 실종자 찾기 등에 추가로 투입해 그 업무를 더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낫다.

미국에서 주된 탐정업의 하나인 소송 조사관(리걸 인베스티게이터), 즉 소송과 관련된 증거를 수집하는 일은 꽤 고소득 직종에 속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와 사건을 의뢰하면서 지인의 뒷조사나 재산상태를 조사해줄 수 있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법정드라마 속에서 로펌 소속 조사원들이 활약해 개인은 결코 쉽게 알아낼 수 없는 정보들을 수집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 속 조사원들은 세련되고 능숙하게 그리고 다소 '불법적으로' 사건을 승소로 이끌 핵심정보를 찾아낸다. 타인의 집이나 사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하기도 하고, 범죄 현장에서 형사증거를 숨기기도 한다. 즉 개인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와 영화에선 탐정들이 용역의 대가로 얼마를 받는지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의 편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극적 재미를 위해 과장되게 나올 뿐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편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거액을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양쪽에서 제안을 받는다면 돈을 더 많이 주는 사람의 일을 하게 된다. 결국 돈 있는 사람만 탐정에게 의뢰가 가능하다.

탐정업은 검찰·경찰수사관이 퇴직 후 할 가능성이 높다.
전직 수사관들의 전관예우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며, 수사와 같은 공권력의 행사에서 이들이 맡은 사건이 우선시될 가능성이 높다. 탐정업은 탐정을 합법화해 현재 흥신소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시장을 확장하고 경제적 이익을 많이 얻겠다는 취지다.
우리가 기대하는 셜록홈스는 소설과 영화 속에만 존재할 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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