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최저임금 후폭풍]비관적인 경제전망에 발목, 지지층 비판 감수한 '결단'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6 17:37

수정 2018.07.16 21:33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후퇴' 배경은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수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수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당장 내년도에 10.9% 인상으로 최저임금 8000원 시대를 열게 된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잠재우기엔 충분치 못한 발언이나 대선공약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고백하기까지 상당한 고민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문 대통령의 이날 수보회의 발언은 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수보회의 대통령 발언 '초안'이 나왔을 때, 보기에 따라선 '속도조절론이다' '정면돌파다' 해석이 엇갈릴 정도였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기계적인 목표일 수는 없으며 정부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거나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면서도 "정부는 가능한 조기에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이 그렇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관련 발언은 원고 매수 약 5매 분량이었다. 짧은 입장문엔 지지층에 대한 '사과'와 경제현실을 감안한 '타협점'이 동시에 담겼다. 공약 후퇴 선언에 대한 문 대통령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저임금 후폭풍]비관적인 경제전망에 발목, 지지층 비판 감수한 '결단'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유보한 건 향후 경제전망이 밝지 않다는 경제인식에 기반한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9%로 하향조정했다. 내년 성장률은 이보다 낮은 2.8%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전선에 암운이 드리워진 상황이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내 금리 인상→가계의 빚부담 증가→소비여력 축소' 등의 연쇄 효과 역시 경제운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고용침체 상황에서 수출과 내수까지 악화될 경우 다시 2%대 저성장 늪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날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정부가 올해 성장 목표로 삼았던 3% 성장, 일자리 32만개 창출과 관련해 "경제상황이 분명히 더 어려워졌고, 상황에 맞춰 목표를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권 2년차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대외여건은 좋지 않은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하반기 경제성과와 관련 "위기감, 초조감이 크다"며 "문 대통령이 규제혁신을 위해 지지층의 비판을 감수할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현재 경제팀 내 위기의식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것이다. 분야는 다르나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후퇴'는 지지층의 비판을 감수한 '정치적 결단'으로 비춰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기까지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기계적으로 볼 수 없다는 발언은 경제현실과 여건을 감안해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은 진보적'이나 '태도는 현실주의적'인 문 대통령의 평소 성격이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연기 발표에 담겼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과 같은 '공약 후퇴'는 정책 이행기인 집권 중반부로 갈수록 더욱 잦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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