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모래주머니'를 차고 뛴 크로아티아의 믿기지 않던 투혼

뉴스1 입력 :2018.07.12 05:38 수정 : 2018.07.12 05:41




연장승부 끝 잉글랜드 2-1로 꺾고 사상 첫 결승진출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패하면 곧장 짐을 싸야 하는 녹아웃 토너먼트 경기에서의 90분은, 그래도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있는 정규리그나 조별리그의 1경기보다 더 많은 체력적·정신적 에너지가 필요로 한다는 게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그 벼랑 끝 승부가 연장까지 이어져 120분을 소모해야한다면, 이어 영혼도 손을 모아야하는 승부차기까지 펼쳐야했다면 더 많은 힘이 필요한 게 자명하다. 심지어 그런 승부가 연속으로 겹쳤으니 가중된 피로는 일반인들이 상상키 어려운 수준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에 오른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상태가 그랬다.
설상가상, 시작 5분 만에 실점을 내줬으니 몸과 마음은 천근만근이 될 수밖에 없다. 마치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는 것 같은 악조건이었는데, 극복해냈다. 놀라운 집념과 투혼을 보여줬다.

크로아티아가 12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2-1로 승리했다. 먼저 골을 내주고 끌려갔으나 후반전에 동점골, 연장후반에 역전골을 터뜨려 승부를 뒤집었다. 지난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20년 만에 4강에 진출했던 크로아티아는 사상 첫 결승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창조했다.

시작하자마자 큰 분수령이 발생했다. 전반 4분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잉글랜드의 공격수 델레 알리가 크로아티아 박스 쪽으로 드리블 치고 들어갈 때 크로아티아의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가 파울을 범했다. 이 좋은 위치에서 나온 프리킥 기회에서 트리피어가 멋진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너무도 이른 시간에 나온 실점으로 크로아티아는 많은 게 꼬였다.

잉글랜드전에 앞서 크로아티아는 2번의 연장혈투를 펼쳤다. 16강에서 덴마크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PK2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개최국 러시아와 펼친 8강에서는 120분 동안 2-2로 우열을 가리지 못해 또 승부차기 잔인한 게임에 돌입했고 4PK3으로 어렵사리 준결승 무대에 올랐다.

승리했으니 당시에는 피곤함을 몰랐겠으나 사실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2경기 연속 승부차기로 토너먼트 관문을 통과했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배에 힘을 주고 시작한 4강 5분 만에 실점을 허용했으니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패스가 부정확했다. 받으려는 선수가 더 많이 움직이거나,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올리거나, 진행방향을 달리해야 공을 전달받을 수 있었으니 에너지 소모가 컸다. 자신이 생각했던 곳으로 공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평소보다 힘이 떨어진 영향이 적잖다. 선수들의 볼터치는 평소보다 조금씩 길었다. 스스로 다음 동작을 어렵게 가져갔다.

축구는,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면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없다. 그런데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으니 크로아티아 쪽에 암울했던 분위기다. 프랑스의 결승전 파트너는 잉글랜드가 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후반전 놀라운 힘이 발휘됐다. 다소 안일했던 잉글랜드 선수들 사이로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투혼이 빛을 발했다. 경기 흐름이 조금씩 크로아티아로 넘어오던 후반 23분, 기어이 동점골이 나왔다. 오른쪽에서 시메 브르살리코가 올린 크로스를 박스 안에서 이반 페리시치가 높은 집중력을 가지고 방향을 바꿔 놓으면서 결국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그래도 불리해보인 쪽은 크로아티아다. 3번째 연장승부에 선수들은 한계 직전이었다. 연장 3분, 스트리니치는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흔들었다. 도저히 뛸 수 없는 몸 상태라는 것을 암울한 표정으로 벤치에 전했다. 사실 스트리니치 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크로아티아 선수들 전체가 기진맥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치는 쪽은 잉글랜드였다. 그들이 차고 있던 모래주머니를 넘겨준 듯, 놀라운 투혼을 보여줬다. 그리고 연장후반 3분 엄청난 반전이 펼쳐졌다. 만주키치가 잉글랜드 박스 안에서 왼발 터닝 슈팅을 성공시키면서 기어이 승부를 뒤집었다.

잉글랜드 선수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망연자실이었다. 믿기지 않는 투혼의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연장후반 추가시간이 흐를 때까지 전방 압박을 펼쳤다. 그 정신력이 사상 첫 결승진출이라는 새 이정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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