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백제역사유적지구의 부활을 꿈꾸며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1 17:27

수정 2018.07.11 17:27

[특별기고] 백제역사유적지구의 부활을 꿈꾸며

지난달 말 바레인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부석사 등 7개 사찰로 구성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모두 13개의 세계유산을 등재하게 됐다. 3년 전인 2015년에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등재된 후 3년 만에 이룬 쾌거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일제 군수산업과 관련된 유산이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근대 산업유산이란 이름으로 버젓이 등재되는 과정을 보면서 세계유산의 가치를 낮춰보기도 한다. 다른 일각에서는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떨치고,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반긴다. 이토록 세계유산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하지만, 밝은 면이 더 많기에 지금도 많은 지자체가 지역의 유산을 등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세계유산에 등재됨으로써 그 유산이 가지고 있는 '탁월한 세계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과시하는 것은 분명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세계유산 등재는 과시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역경제 활성화란 것도 처음에는 관광객 증가로 돈 폭탄이 투하될 것처럼 과장되지만 달콤한 꿈은 금방 깨져서, 예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관광객이 내방하는 데 크게 실망하게 된다. 등재 이후의 노력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의 성패가 달려 있다.

우리는 3년 전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이미 잊어가고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를 '백제문화유산주간'으로 설정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공주와 부여, 익산에서 진행될 다채로운 사업도 흥미롭지만 사실 2018년은 백제역사유적지구와 관련해 유례없이 중요한 발견이 연이어진 해다. 공주에서는 그동안 실체를 알 수 없던 국가사찰인 대통사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고, 부여에서는 귀족 무덤이 모여 있는 능안골고분군이 조사됐다. 익산에서는 무왕과 선화공주의 전설이 깃든 쌍릉이 재발굴되면서 정체 불명의 인골이 수습됐다. 이 인골이 무왕이나 선화공주와 관련된 것인지 밝혀지게 되면 백제고고학 최대의 성과가 될 것이다. 대통사지와 능안골고분군 그리고 쌍릉은 2015년 총 8개의 유산이 백제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될 당시 그 중요도로는 등재 대상이 되어 마땅하지만 아쉽게 탈락한 유산들이다.
앞으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조사와 관리를 통해 추가 등재돼야 한다. 백제 전기의 역사를 보여줄 서울의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석촌동 고분군에서도 발굴조사가 지속되면서 최근 중요한 발견이 이어지고 있다.
비록 2015년 등재에서는 누락됐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유산들이 서울, 공주, 부여, 익산에서 연이어 발견된 2018년이야말로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찬란한 부활을 보여주는 멋진 해가 되고 있다.

권오영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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