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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업체, 관세압박 미국 떠나 중국으로 질주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1 17:23

수정 2018.07.11 21:30

무역전쟁 미·중 車시장 명암
미래 먹거리 '전기·무인車', 中정부 규정 신설 적극 지원
테슬라·BMW·폭스바겐 등 앞다퉈 중국투자 확대 나서
글로벌 자동차업체, 관세압박 미국 떠나 중국으로 질주


무역전쟁 전면전에 돌입한 미국과 중국이 자동차 시장에서 명암이 갈리고 있다. 전기차 시장 독보적 성장세가 기대되는 중국으로 글로벌 차업계 투자가 쏠리는 반면, 관세압박 위협에 시달리는 미국시장에선 업체들이 하나둘 발을 빼는 모습이다.

CNN머니는 10일(현지시간)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중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업체들이 앞서고 있고, 미 업체들이 그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이날 외국 자동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중국 업체와 합작없이 중국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기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 중국 투자 서두르는 獨업체들

중국 투자확대 선두주자는 독일 업체들이다.
BMW, 폭스바겐이 리커창 중국 총리의 독일 방문에 맞춰 중국내 전기차, 무인자동차 투자 확대를 발표했다.

중 총리에 선물을 안긴 것이기도 하지만 중국이 미래 자동차 시장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고 CNN머니는 설명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미국에 이은 2위 시장이다. 국제자동차제조업기구(IOMV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승용차는 약 2500만대에 이른다. 상당수 자동차 메이저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는 독보적이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전기차 구매가 가장 활발한 곳인데다 내년에 중국 정부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비중을 높이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 부문의 성장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업체들은 규정강화에도 대비하고, 소비추세에도 부응하기 위해 중국내 전기차, 무인차 등의 투자 확대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날 인터넷에 연결된 커넥티드카, 무인자동차 등의 연구개발을 위해 중국에 150억유로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헤르베르트 디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 "협력을 체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BMW도 중국 장성자동차와 합작벤처를 통해 중국에서 소형차 미니의 전기차 버전을 생산하기 위한 계획을 확정지었다고 밝혔다. 또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의 무인자동차 프로젝트인 아폴로 이사진에도 합류하기로 했다.

벤츠를 생산하는 다임러는 칭화대와 협력을 연장해 무인자동차 개발을 지속하기로 했다. 디터 체체 다임러 CEO는 "중국은 다임러의 최대 시장"이라면서 "무인화로 가려면 중국에서 잘 작동하는지 분명히 해야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도 우버 경쟁자인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과 협력해 무인자동차, 전기차를 개발하기로 했다.

다임러는 지난주 외국 업체로는 최초로 베이징 시내에서 무인차를 시험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IHS마킷의 자동차 부문 애널리스트 팀 어커트는 중국이 이 부문에서 아직 선두주자는 아니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도심정체 완화의 수단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조만간 이 부문에서도 선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자동차 부문 선임 애널리스트 에릭 토타로는 중국내 혁신과 제휴에서는 독일업체들이 선두주자라면서 미국 업체들도 곧 그 뒤를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 美 자동차 생산시설은 해외로

이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통해 보호하겠다던 미국 자동차 수출은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가운데 상대국의 보복조치를 우려한 미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을 고심하고 있으며 미국 내 생산시설을 늘리던 외국 자동차 업체들도 투자확대를 재고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관세전쟁이 미국산 자동차 수출을 위협하고 있다"며 최근 수년간 미국 내 생산확대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해온 BMW, 다임러, 볼보 등 외국 자동차 생산기업들이 미중 관세전쟁으로 이같은 전략을 재고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중국 상하이시 정부는 지난 10일 테슬라가 연간 5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자유무역지대인 린강개발특구에 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테슬라가 보유한 해외 생산공장 가운데 최대 규모다.


테슬라 대변인은 상하이 공장이 실제 생산을 시작하는데는 앞으로 2년이 걸리고, 연간 5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년 전 대규모 해외 생산 기지 건립 구상을 밝히긴 했지만 예상보다 그 실행이 빨라진 것은 무역전쟁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테슬라는 중국이 대미 통상보복으로 지난 6일 미국산 자동차에 최고 4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중국에서 판매되는 세단 '모델 S'와 SUV '모델 X'의 가격을 20% 가까이 인상하기로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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